허준영 경찰청장, "검찰 폼만 잡지 말라"

  • 입력 2005년 5월 2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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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경찰청장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은 폼만 잡지 말고, 근본적인 것에 접근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소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허 청장은 2일 또 다시 “검찰이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한다면 구속감호소 감찰권과 경찰관 해임요구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수사권조정회의는 일종의 (검찰)폼 잡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이어 “검찰이 많이 양보했다고는 하나 이는 근본적인 것에 접근하지 않고 부스러기만 던져준 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판중심주의가 되면 검찰 수사권이 약해진다는 (검찰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재판은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바로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 청장으로 와서 협상안을 보고 경찰의 요구가 이렇게 나약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면서 “그런데 그것마저도 벽에 부딪히고 있어 내가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형사소송법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195~196조에 대해 “195조에서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고, 196조에서 중요범죄 등을 검찰이 지휘하고 검사장이 요청하면 사건의 지휘를 맡는다는 식으로 해놓으면 민생범죄 등을 경찰 주체로 수사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앞서 허 청장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말 퇴임사에서 “짠 맛을 잃어버린 소금은 내버려져 짓밟힐 뿐“이라며 특유의 ‘소금론’을 펴자, 곧바로 ”소금도 한 가지만 있으면 안 된다. 굵은 소금, 가는 소금, 맛소금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며 수사권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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