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전경련…"재계 대변하긴 하나"

  • 입력 2005년 4월 30일 0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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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경련은 뭐해?”

재계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강신호(姜信浩) 회장 2기 체제를 맞은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후한 점수를 매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A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임원은 “전경련이 정부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면서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니까 언론에도 자주 못 나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B그룹 임원은 “전경련이 반(反)시장적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온 좌승희(左承喜)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물러나게 한 것을 보고 앞으로 숨을 죽이고 있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도 부쩍 낮아졌다.

전경련이 다음 달 7일 박용오(朴容旿) 두산그룹 회장 초청 형식으로 춘천컨트리클럽에서 열기로 한 재계 총수들과의 골프회동만 해도 알맹이가 빠져버렸다.

당초 대부분의 총수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회장,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등 ‘빅4 그룹’ 총수가 모두 불참을 통보했다.

신설하기로 한 기업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아직도 인선을 못 하고 있다. 기업 총수들이 모두 이 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고위 관계자는 “재계에서도 전경련이 정부정책에 무조건 비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관료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것도 재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위축은 대한상공회의소와 대조된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박용성(朴容晟)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경제계의 의견을 담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 등 20여 개 법안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전달했다. 경제 5단체 명의로 규제개혁 과제를 공동 건의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 △공휴일 조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의견을 내놨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 클라라 레마드 프랑스투자진흥청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초청한 강연도 잇달아 마련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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