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실망시키는 KBS, 감싸기 바쁜 여당

  • 입력 2005년 4월 22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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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최근 보여 준 모습은 어느 내부인사가 고백한 대로 ‘만신창이’ 그 자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 638억 원,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누드 패러디 파문, 회사 측의 노조회의 도청, 공금유용 파문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시청자들은 KBS가 앞으로 내부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엊그제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KBS가 보여 준 태도는 일말의 기대마저 저버리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KBS는 공금유용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달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걸려 있어 곤란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공금유용 파문은 KBS 직원들이 회사 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를 출입하고 ‘써서는 안 될 곳’에 사용한 일이 자체감사에 적발된 것이다. 그럼에도 노조위원장 출신의 해당 직원은 얼마 전 승진까지 했다. 도대체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는 연간 5000억 원씩 수신료를 강제 징수당하고 있는 시청자가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다.

공금 유용은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범죄행위에 ‘프라이버시’ 운운할 수 있는가. 자료가 공개될 경우 KBS에 큰 타격을 주기에 감추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불성실한 답변 자세에 드러나는 KBS의 오만함이다.

야당 추궁에 엉뚱한 사유를 들이대는 KBS의 여유만만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바로 확인됐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감시역할을 포기한 듯 ‘KBS 감싸기’로 일관했다. 사안의 핵심인 KBS의 부패를 꾸짖기에 앞서, 공금 유용과 관련된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찾아내 형사고발해야 한다는 본말(本末)이 전도된 발언이 이어졌다.

권력의 ‘비호’가 무엇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KBS의 친여(親與)적 성향을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KBS에 내부 개혁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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