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협상력 약화 스스로 부르는 與圈

  • 입력 2005년 4월 21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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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논의해 북핵 대응책이라고 내놓은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걸린 안보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선 당정(黨政)회의 결론이 강경, 온건, 아니면 절충 가운데 어느 노선인지 헷갈린다.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이것이 북한이나 미국을 겨냥한 의도적인 ‘물타기 작전’이라면 위험천만이고, 그도 저도 아니라면 기막힌 무능(無能)이다.

북의 행보는 위험선을 넘어섰고, 미국의 대응도 위태로울 정도로 완강하다. 북의 ‘벼랑 끝 전술’은 외무성이 2월에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했을 때 이미 확연해졌다. 북은 최근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핵무기용으로 연료봉을 재처리하겠다”고 위협한다. 미국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의 카드로 맞서고 있다. 6자회담은 북의 일방적인 탈퇴로 벌써 열 달째 겉돌고, 상황은 악화일로다. 북이 만약 줄타기 외교의 협상 카드가 아닌 ‘핵무기 보유 기정사실화’를 노리고 있다면 사태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이처럼 긴박하고 미묘한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의 김성곤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당정이 ‘북핵의 안보리 회부 반대’를 작정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런데 한 시간 뒤에는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여당과 다른 소리를 하고 나왔다. 통일부는 “정부가 북핵의 안보리 회부에 반대한 적이 없다. 당정 간에 차이가 있었다”며,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누가 반대했다는 것인가”라며 여당 측 공표 내용을 부인(否認)했다.

정부 여당 스스로가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상대의 코앞에서 분열극을 벌이는 지리멸렬 양상이다. 한미 간에 힘을 모으고, 당정이 ‘한 입’처럼 정련(精鍊)된 표현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처해도 해결될까 말까 한 북핵 상황 아닌가.

정치 협상은 힘을 전제로 한 설득 과정이며, 고도의 전략과 치밀한 준비 없이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정부 여당이 보여주듯이 앞뒤 안 살피고 ‘익지도 않은’ 책략들을 중구난방으로 터뜨리며, 북한 달래랴, 미국 눈치 보랴 갈팡질팡하면 될 일도 안 될 것이 뻔하다. 북핵은 국가의 최우선 수습 과제다. 자칫하면 현재의 교착상태에 어떤 형태로든 충격을 주어 파국을 몰고 올지도 모를 북핵 위기에 이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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