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바닷고기 22%는 아열대 어종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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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독도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독도 인근 해역의 생태계에 대한 정보가 특히 그렇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황금어장을 형성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나 발견되는 울긋불긋한 아열대 어종이 터를 잡고 있고 해양 동물의 먹이이자 안식처인 해조류가 가득하다.

○해양 생태계 제주도와 비슷…관상어 즐비

1999년 가을과 2000년 봄 두 차례에 걸쳐 한국해양연구원이 수중탐사를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을철 독도 주변 해역의 생태계는 같은 위도상의 동해안과는 확연히 다르고 제주도와 유사했다. 제주도 주변에서 관찰되는 5∼10cm 크기의 파랑돔, 자리돔, 줄도화돔, 세줄얼게비늘, 일곱줄얼게비늘, 청황베도라치 등 소형 ‘아열대’ 어종이 전체의 22%를 차지한 것. 식용이 아닌 형형색색의 화려한 ‘관상어 후보’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한반도 허리에 있는 독도에서 어떻게 제주도의 물고기가 발견된 것일까.

해답은 대한해협을 거쳐 올라오는 대마 난류에 있다. 온도가 떨어져야 할 가을에도 이 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약 18도에 이른다. 봄철에 이미 제주도와 유사하게 수온이 15∼16도가 되면서 자리돔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아열대성 어종들은 독도의 어딘가에서 봄을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고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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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열대 어종 얘기는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래 독도에 아열대 물고기가 없었지만 최근 온난화로 동해 수온이 올라가 상황이 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자원연구본부 김웅서 박사는 “아열대 물고기는 예전부터 제주도에서 난류를 타고 독도에 이른 것”이라며 “온난화로 갑자기 발견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갔다 해도 30여년 간 약 0.5도 상승했을 뿐인데 연중 수온 변화가 큰 동해에서 그 정도로는 생태계가 바뀔 수준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내용은 5월 12, 13일 열리는 ‘한국해양학회 춘계발표회’의 독도 세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해조 숲 가득…백화현상은 아직 없어

지난해 독도 해저를 탐사한 과학자들은 ‘슬픈’ 소식을 전했다. 독도 연안의 해조류가 거의 사라지고 사막화돼 바위가 하얗게 드러나는 ‘백화(白化)’ 현상이 발견됐다는 얘기였다. 해조류는 해저 동물의 먹이가 되는 1차 생산자일 뿐 아니라 바닷물에 녹아있는 영양염 등을 흡수해 해저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막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어업 선박에서 유출되는 오폐수 때문에 죽어간다는 보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온다. 한국해양연구원 생물자원본부 박흥식 박사는 “1996년, 1999년, 2000년, 2004년 네 차례에 걸쳐 수중 탐사를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백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독도의 바다 속은 무성한 ‘해조 숲’으로 가득하 다는 설명이다.

박 박사는 “동도와 서도 중간 해역에는 분명히 해조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있다”며 “이 곳은 수심이 7m 이내로 낮고 항상 강한 파도에 노출돼 있는 등 해조류의 생존에 열악한 지역일 뿐 백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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