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영화관…‘아주 참신한 생존법’

  • 입력 2005년 4월 2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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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의 핵심 극장이었던 단성사는 올해 7개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종로3가의 핵심 극장이었던 단성사는 올해 7개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극장 안에 8∼16개의 스크린을 갖춰 한 회에 여러 편의 영화 상영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1998년 처음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강변CGV가 생긴 이래 멀티플렉스는 어느새 전국 극장가의 ‘최상위 포식자’가 됐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 도심의 유명 극장들은 강남, 용산 등 부도심에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들의 압박포위 속에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사회 전용극장으로=올해 개관 70년을 맞은 서울 중구 초동 스카라극장은 최근 영화사들의 시사회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700여 좌석과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스크린, 8채널 3웨이 방식의 음향설비는 ‘영화를 영화답게 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스카라의 운영권을 얻은 김은주(31·여) 대표이사는 “입소문을 원하는 영화일수록 시사회장으로 스카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100∼200명이 볼 경우 관객들은 웃기는 장면에서도 오히려 웃음을 사리지만 700여 명이 함께 보면 작은 웃음거리에도 열광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그 결과 한 달 평균 30∼40회의 시사회 일정이 잡힌다. 시사회가 없을 때는 ‘개봉관 속의 재개봉관’ 역할을 한다. 흥행이 잘 되는 영화라도 한 달 이상 극장에 걸리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타 극장에서 내린 흥행영화를 걸어 ‘틈새 관객’을 부르고 있다.

▽예술영화광을 잡아라=1969년 개관한 종로구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은 22일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거듭난다. 허리우드는 1997년 3개관을 갖춘 소규모 멀티플렉스로 변신했지만 최근 몇 년간 경영난이 가중되자 필름포럼과 서울아트시네마에 임대를 내준 것. 극장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창무 대표의 고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변신한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의 1980녀대 초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필름포럼’(대표 권병철)은 480석과 300석 규모의 2개관 중 1개관에선 세계의 예술영화를 개봉 상영하고, 다른 1개관은 과거 주요 예술영화의 회고전 등 기획전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나머지 한 관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옮겨온 예술영화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입주한다. 영화 전문가들은 예술영화 관객층을 대략 3만 명으로 본다. 즉 영화 한 편이 최대 흥행했을 때 관객 수가 3만 명이라는 것. 권 대표는 “낙원상가의 순댓국 골목을 지나 필름포럼까지 올 예술영화 마니아들의 열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연 15만 관객 동원.

▽우리도 멀티플렉스로 간다=서울극장과 함께 종로3가의 ‘극장 트라이앵글’을 형성했던 98년 전통의 단성사와 45년 역사의 피카디리 극장은 올해 2월과 지난해 11월 각각 8개 관, 7개 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로 새 단장했다. ‘장군의 아들’과 ‘서편제’로 199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흥행을 선도했던 단성사. 흥행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매표창구가 열리길 기다리는 팬들이 침낭을 깔고 밤을 새우던 광장으로 더 기억되는 피카디리. 두 극장은 일찌감치 멀티플렉스로 바꾼 서울극장과 도심 멀티플렉스 3파전을 벌일 태세를 마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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