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대책후 학원 되레 늘었다

  • 입력 2005년 4월 2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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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6층에 영어학원이 새로 문을 열었어요.”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Y빌딩에서 만난 부창부동산서비스 강법연 대표는 “지난해 5월 리모델링한 뒤 수학학원, 영어학원, 경제스쿨 등 보습학원만 10여 개가 들어섰는데 대부분 잘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 C상가에도 올해 들어 Y국어논술학원과 S영어교습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 건물 관계자는 “C외국어학원 등 유명 학원이 입주한 탓인지 다른 학원들도 이 상가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인 서울 양천구 목동 3, 4단지 앞 상가 건물에는 지난해 말부터 과학, 수학, 영어, 글쓰기 등 각종 보습학원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서울강서교육청 안철(安徹) 평생교육과장은 “목동은 학생이 많은 데다 교육열이 높아 상가만 나오면 학원을 열고, 폐원보다 개원하는 학원 수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는 학원 밀집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학원이 거의 없던 서울 성북구 돈암동 종암동 길음동 하월곡동 일대에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최근 학원 12개가 문을 열었다.

▽해마다 계속 증가=최근 경제 불황과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의 2·17 사교육 경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초중고교생 대상의 입시·보습 학원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등록한 학원은 6만8591개이며 이 가운데 입시·보습학원은 2만2374개로 2003년보다 15.3%가 많은 2976개가 늘어났다.

다른 분야의 학원들은 큰 변화가 없지만 입시·보습학원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늘어났다. 2000년 1만1882개(전체 학원 중 18.8%)이던 학원이 2002년 1만7226개(25.9%), 2004년 2만2374개(32.6%)로 증가했다.

서울은 2003년 4305개에서 지난해 5085개로 18%가 늘었다. 강남구는 486개에서 587개로, 양천구는 296개에서 383개로 늘어나는 등 종로구와 중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20∼30%씩 늘었다.

▽교육정책 약발 안 먹히나=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을 늘리겠다는 대입 정책 발표 후 내신 과외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1 아들을 둔 이모(46·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내신 상대평가 때문에 전 과목 학원을 다녀서라도 내신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새 입시제도가 학부모 부담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고1 학부모인 김모(42·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도 “시험에서 한두 개만 틀려도 등급이 엄청나게 내려가기 때문에 학원에서 과외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입시제도 변화 외에 청년 실업자들이 학원 사업에 뛰어들고 불법 과외방이 정식 학원으로 등록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급 학원이 문을 닫으면 강사들이 나가서 소규모 학원을 차리는 ‘핵분열’ 현상에다 학원으로 한번 돈을 번 경험이 있으면 절대 손을 떼지 못하는 특성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학력 실업자와 과외방의 학원 전환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입제도 변화와 학원 증가를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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