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1.4배 빙산, 남극서 충돌

  • 입력 2005년 4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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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남극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빙상(氷床)’이 갈라지면서 서로 충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빙산의 실제 충돌 장면을 19일 공개했다. 제주도 면적의 1.35배(약 2500km²)쯤 되는 지구 최대의 빙산 ‘B-15A’가 남극 대륙의 한쪽 끝에 충돌하는 장면이다.

MSNBC는 이날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보기 드문 충돌이었다”면서 “남극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B-15A는 2000년 3월 로스 빙붕(氷棚·빙상의 일부가 바다 위로 뻗어 나온 부분)에서 떨어져 나간 빙산 ‘B-15’의 일부.

ESA는 1월 초 길이가 120km에 이르는 B-15A가 남극의 드리갈스키 빙설(氷舌·빙하가 바다와 만나는 돌출부분)과 충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B-15A는 1월 중순 드리갈스키 빙설을 5km 앞에 두고 좌초하면서 남극 대륙 로스 해 서북쪽 맥머도 만을 막았다. 이로 인해 뱃길이 막혀 세계 각국의 남극 기지들이 보급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수만 마리의 펭귄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B-15A는 지난달부터 해류의 힘에 밀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15일 결국 드리갈스키 빙설과 충돌했다. 이 충돌로 70km 길이의 드리갈스키 빙설에서 5km²의 조각이 부서졌다.

B-15A는 움직일 때마다 갖은 문제를 일으켜 ‘말썽꾸러기’란 별명을 얻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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