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90>母(어미 모)

  • 입력 2005년 4월 19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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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어머니의 차이는 젖이다. 손을 모으고 앉은 여인(女)에 유방을 의미하는 두 점이 더해져 母가 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어머니는 젖으로 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젖을 뗄 무렵이 되면 회초리로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는데 이것을 어머니의 주된 역할로 보았다. 그래서 태어나면서 체득하는 모든 것에는 母가 들어간다. 예컨대 태어나서 바로 배우는 언어가 母國語(모국어)이고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문화를 체득하는 곳이 母國(모국)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이지 유혹하고 싶은 ‘여자’는 아니다. 每(매양 매)에서 보듯 비녀를 하나 꽂은 어머니는 항상 변하지 않고 꿋꿋한 존재이다. 이로부터 每樣(매양·언제나)의 뜻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誨(가르칠 회), 敏(재빠를 민), 海(바다 해)에는 ‘어머니’라는 원래의 뜻이 담겨 있다. 즉, 誨는 ‘어머니(每)의 말씀(言·언)’을, 敏은 자식을 가르치는 ‘어머니(每)의 회초리(복·복)’를, 海는 ‘어머니(每)의 존재와 같은 물(水)’을 말한다. 毓(기를 육)도 어머니(每)의 몸에서 머리부터 나오는 아이의 모습(q·돌)을 그렸고, 이로부터 아이를 낳아 ‘기르다’는 뜻이 생겼다.

하지만 어머니(每)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쾌락을 누리고자 하면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는 음란한 여성이 된다. 글자를 자세히 보라. p(음란할 애)는 비녀가 하나가 아닌 둘이다. 여기서 비녀의 수가 더 늘어나면 그녀는 이제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할 毒(독 독)이 된다. 이들은 每에 비해 비녀 등 장식물을 여럿 꽂아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며 이로써 평범하고 정숙한 ‘어머니(每)’와는 달리 음란한 여인(p)과 남자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는 독과 같은 존재(毒)로 그렸다.

이러한 한자의 뿌리로 고대 사회의 여성관을 읽을 때, 여성의 쾌락이 억압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근본(뿌리)이 세워졌고 문명이 건설되었다. 그래서 여성의 금기가 해체될 때 가부장적 문화는 근본이 흔들리고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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