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선수 78% 여전히 맞으며 뛴다

  • 입력 2005년 4월 19일 0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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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각급 학교의 운동선수 10명 중 8명은 매를 맞으며 운동한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18일 발표한 ‘선수폭력 실태조사 및 근절대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초중고 및 대학 275개교 선수 1600명과 지도자 200명, 학부모 120명, 국가 대표급 선수와 지도자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선수 가운데 78.1%가 구타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를 맞았다’는 대답은 고교선수가 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대학(83.3%), 초등학교(76.5%), 중학교(69.5%)의 순. 남자선수(78.6%)와 여자선수(76.1%)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여자선수도 남자선수와 다름없이 매를 맞으며 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를 맞는 빈도는 주 1∼2회가 27.5%, 3∼4회가 18.2%였으며 5∼6회는 4.6%, 7회 이상도 5%나 돼 거의 매일 구타에 시달리는 선수가 10명 중 1명꼴이나 됐다.

‘누구한테 매를 맞느냐’는 질문엔 코치가 54.8%로 가장 많았고 감독은 22.7%. 선배(13.6%)나 주장(8.2%)이 때린다는 대답도 21.8%나 돼 선수들 사이의 구타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학부모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4%가 자녀들이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는 점. 이는 구타를 문제 삼을 경우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도자 가운데 ‘선수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대답은 17.4%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구타가 필요하다’는 대답은 43.6%(그렇다 36.4%, 매우 그렇다 7.2%)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나 돼 일선 지도자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보여 준다.

이번 조사 결과는 1998년 강신욱(姜信旭) 단국대 교수의 ‘운동선수 신체적 학대에 관한 실태조사’보다 나아진 게 없어 지도자들의 구태의연한 선수 지도방식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당시 ‘맞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선수는 전체의 78.2%.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는 구타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선수보호위원회(가칭)의 상시 기구화, 선수고충처리센터(가칭)의 설치, 선수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구타 지도자에 대한 삼진아웃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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