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혁신학교’ LG전자 창원공장을 가다

  • 입력 2005년 4월 17일 17시 58분


코멘트
LG전자 창원공장에선 10초마다 1대의 세탁기가 생산된다. 이 공장은 혁신 활동에 힘입어 가전 공장으론 드물게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 창원공장에선 10초마다 1대의 세탁기가 생산된다. 이 공장은 혁신 활동에 힘입어 가전 공장으론 드물게 10%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사진 제공 LG전자
《“군대 훈련소보다 더 힘들었다. ‘혁신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계속해서 외쳐야 하는 첫날 오전에 이미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다. 닷새 동안 6시간 잔 게 전부였다.” 얼마 전 LG전자 경남 창원공장에서 ‘혁신 교육’을 받은 LG텔레콤 한승훈(韓承薰) 상무의 경험담이다. 그는 “소리를 지르다 보니 어느새 목이 트이는 득음(得音)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며 웃었다. 디지털 가전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공장은 LG그룹의 ‘혁신 학교’로 불린다. 평사원에서 부사장까지 매주 40여 명의 계열사 임직원이 이곳을 찾는다. 다른 기업에서도 ‘한 수 배우자’는 요청이 몰려든다.》

▽불가능은 없다=창원공장에 혁신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 건 1990년대 중반. ‘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는 김쌍수(金雙秀·당시 전무) LG전자 부회장이 창원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마련했다. 2001년 12월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이를 계열사 전체로 확산시키라고 지시했다.

4박 5일의 교육 기간에 ‘피교육생’들은 평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끊임없이 해내야 한다. 하루 8시간 라인 근무를 하고 밤에는 추가 과제를 푼다. 딱 2시간에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개선점 100가지를 찾아내기도 한다.

마지막 날 10시간 산행은 이 교육의 하이라이트. 도중에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식의 황당한 과제가 주어진다. 도구가 없어도, 한겨울이라도 상관없다.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과정은 혹독하지만 탈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영하 부사장

▽혁신의 메카, 창원공장=15일 오후 6시 창원공장의 냉장고 제2 생산라인. 이 시간까지 생산 목표량은 1360대였지만 라인 위 전광판에는 ‘140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목표량을 41대 초과한 것이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백색가전은 흔히 인건비가 높은 한국에선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제품들이다. 그런데도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이다.

김인석(金仁錫) 경영기획팀 상무는 “혁신 활동이 개인에게 체화(體化)됐고 전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원공장의 각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누구라도 머리 위의 끈만 당기면 전체 라인을 정지시킬 수 있다. 불량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권한을 현장 직원에게도 준 것이다.

이날 회사의 비전발표회엔 노조 지부장이 고위 경영진과 함께 나왔다. 주5일 근무를 하는 데다 일한 만큼 보상해 주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다른 곳보다 좋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목표는 세계 1위=LG전자는 이날 ‘혁신의 메카’ 창원공장에서 ‘디지털 가전 신제품 및 중장기 비전 발표회’를 갖고 2007년 세계 최대 생활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올해 100억 달러로 예상되는 가전부문 매출을 2007년에는 14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이영하(李榮夏) 디지털가전부문 부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겠다”며 “이를 위해 유럽에 새로 생산기지를 짓고 멕시코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