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사산고’…식민사학 극복하려면 ‘선입관’버려

  • 입력 2005년 4월 15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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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산고/이기백 지음/440쪽·2만3000원·일조각

“일본은 지금도 이른바 ‘창씨’가 강제가 아니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온갖 불이익을 주며 협박을 하고서도 강제가 아니었다고 하면 그것을 옳다고 할 수 있을까. …한편 창씨를 했다고 해서 친일파였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당시의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창씨’를 했다고 선친이 친일을 했다고 한다면, 나는 결코 이를 용인할 수가 없다.”

지난해 타계한 역사학자 이기백 선생이 1941년 일본 유학을 가려는데 창씨를 하지 않아 도항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말에 선친이 창씨 했던 사연을 기록한 글이다. 그는 또 징병 1기로 만주로 끌려갔을 당시 일본육사 출신 한국인 장교가 반란 모의를 제의했던 사실을 기록하며 ‘선입관’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이 책은 평생 일제식민사학을 극복하고 민족주의사학과 실증사학을 접목시키려 노력했던 고인의 신문·잡지 칼럼과 수필, 서평, 추모사를 모았다. “민족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믿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고인의 육성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국내의 과거사 규명의 논란 속에서 여전히 생생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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