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2005년 노사관계 어디로 갈것인가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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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프라자호텔에서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2005년 노사관계 어디로 갈 것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올해가 새로운 노사관계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승 기자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프라자호텔에서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2005년 노사관계 어디로 갈 것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올해가 새로운 노사관계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승 기자
《올해 들어 임금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하는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9개월간 중단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도 최근 재개되는 등 노사 대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과연 한국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대립적 노사관계’에 변화는 나타날 것인가. 동아일보는 올해 노사관계의 방향과 주요 쟁점을 점검하기 위해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프라자호텔에서 ‘2005년 노사관계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최영기 원장=최근 노사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의 집행부가 안정을 찾았고 민주노총도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노사정 모두가 사회적 대화나 타협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대화의 의지도 강하다.

▽김영배 부회장=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 부족, 기업 해외이전 등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협력적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노동계도 투쟁적 노동운동의 한계를 자각하게 된 것 같다.

▽권오만 사무총장=‘사회적 대화’에 대한 노동계의 참여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올해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극한상황에 내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사용자와 정부도 대화 준비를 해야 한다.


▽최 원장=개별 사업장에서 임금교섭권을 사측에 위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도 급선무인 ‘고용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 부분에서 양보하는 것이다.

▽권 사무총장=아직까지 그런 현상을 전반적 추세로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높은 실적을 낸 대기업들이 임금을 조금 올려줘 ‘최소한의 비용’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막고 있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대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문제다.

▽김 부회장=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고용 감소나 공장 해외이전 식으로 되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를 근로자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또 상급 노동단체의 ‘정치적 연대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정서가 개별 사업장에 퍼지고 있다.

▽최 원장=4월 중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올해 노사관계의 최대 변수다. ‘처리시한’에 집착하면 노사관계가 오히려 더 불안해질 수 있는데….

▽권 사무총장=현재 법안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제도여서 반대한다. 하지만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며 노동계는 양보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사측은 정규직을 크게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놔야 타협이 가능하다. 처리시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김 부회장=경제계는 노동계의 요구가 많이 반영돼 고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이 법안에 반대해 왔다. 특히 임금, 단체협상 기간에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중복돼 올해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4월 중에 처리하든지 아니면 영구히 이 법안을 폐기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4월 중 답을 내야 한다.

▽최 원장=최근 일자리 위기와 관련해 제조업체의 해외이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이 나가더라도 더 많은 외국기업이 들어온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안정, 노사협력을 통한 경영혁신, 근로자에 대한 인적자원 투자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김 부회장=현대차가 인도에 투자해서 차량을 생산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생산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국내 부품업체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다. 하지만 기업이 국내 공장을 아예 없애고 해외로 떠나는 ‘해외이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다. 제조업 공동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과도한 임금 인상이다. 생산성 범위 안에서 안정적 임금인상이 이뤄지도록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

▽권 사무총장=산업공동화는 한국경제의 재편 과정으로 봐야 한다. 저임금, 저부가가치 산업은 후진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으며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 고임금의 ‘양질의 산업’으로 가야 한다. 제조업 공동화의 원인을 ‘전투적 노동운동’과 고임금 탓이라고만 얘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개인의 이익에 급급한 기업가들의 책임도 크다. 정부도 무분별한 제조업의 해외투자를 막고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최 원장=‘고용 없는 성장’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제회복과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간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정부도 ‘아일랜드 모델’의 예를 들어 사회적 합의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권 사무총장=앞서 말한 것처럼 노동계,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등에 대해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고임금을 비판하면서 주주이익은 극대화하고 경영진은 엄청난 봉급을 받는다면 사회적 타협은 어렵다. 노동계, 사용자, 정부가 모두 대화 준비를 갖추고 마음을 열고 대화해 노사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갔으면 한다.

▽김 부회장=한국의 노사관계 현실과는 다른 해외 모델이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통한 분배를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은 중요하며 궁극적으로 노와 사는 화해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노사가 협조한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사용자 측도 노력할 것이다.

정리=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좌담 참석자 (가나다 순)▼

권오만 (權五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김영배 (金榮培)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최영기 (崔榮起)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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