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장편소설‘그들만의…’당선 주부작가 한수경 씨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41분


코멘트
제 37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그들만의 궁전’의 작가 한수경(40)씨. 전업주부인 한 씨는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제 37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그들만의 궁전’의 작가 한수경(40)씨. 전업주부인 한 씨는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엄마. 당선 축하해. 이번에는 엄마 책, 창고에서 안 썩는 거지.”

제37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그들만의 궁전’의 작가 한수경(40·여) 씨는 아들 김현창(15·중3) 군에게 이런 축하인사를 받았다. 2003년 한 씨의 첫 작품 ‘물구나무서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됐지만 별 반응이 없자 김 군의 실망이 컸던 것.

‘그들만의 궁전’은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벤처기업가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소설이다.

한 씨는 의사인 남편 김한식(41) 씨와의 사이에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다. 그녀가 작가와 주부의 삶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병행하는지 들어 봤다.



▽작가로 성공하기=“대학 졸업 후 잠시 백수생활을 하는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소설을 쓰자고 마음먹었죠. 석 달 동안 장편소설 한 편 써서 무작정 출판사를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편집장은 소설을 제대로 공부해 보라며 정중히 거절하더군요.”

이후 그녀는 소설가 황충상 씨에게 1년간 소설 쓰기를 배웠고, 글의 구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시나리오도 공부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해마다 신춘문예를 준비했어요. 젊었을 땐 등단에 목이 말랐죠.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등단이 확실한 결정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글 쓰는 일이 그냥 ‘나의 길’이라고 생각되면서 조급증이 가셨습니다.”

글 쓰는 삶에 확신이 생기자 한 씨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작가는 사람을 편견 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만의 궁전’도 타워팰리스를 소재로 부자와 빈자(貧者)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죠.”

▽주부로 성공하기=한 씨는 요즘 주부들이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일명 ‘도서관 털기’로 해결했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글을 쓸 때 아이들이 ‘엄마 방해 안돼?’라고 물으면 ‘너희들 때문에 더 잘 써져’라고 말하지만 사실 방해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집 옆 도서관이에요. 전주에 살 때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도서관에 데려가 저는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는 아동도서를 죄다 읽도록 권유했죠.”

한 씨의 두 아들은 결국 도서관의 책들을 다 읽었다. 독서량이 많은 때문인지 현창 군은 최근 엄마 몰래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자신의 습작을 보여 주고 남편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부부 간의 의사소통도 원활해졌다. “결혼 초기에는 밥도 안 해 놓고 책상에 앉아 글 쓰는 바람에 남편과 많이 싸웠지만 이젠 밥을 안 해놓아도 남편이 ‘오늘은 글발 좀 받아 많이 썼나보지’라며 웃어요.”

그녀는 작가와 주부의 삶을 열차에 비유하며 작가도 가정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는 완행열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며 ‘칙칙폭폭’ 천천히 나아가다 멈춰야 할 역에 자주 서는 것처럼 말이죠. 가족을 위해서는 잠시 멈추었다 갈 여유가 생겼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