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이례적 ‘北 때리기’… 6자회담 복귀 압박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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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방문독일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11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오른쪽)의 안내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과 주변 광장을 둘러보았다. 베를린=석동률 기자 seokdy@donga.com
독일통일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방문
독일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 내외는 11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오른쪽)의 안내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과 주변 광장을 둘러보았다. 베를린=석동률 기자 seokdy@donga.com
독일을 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와 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

2000년 3월 독일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대북지원에 관한 ‘베를린 선언’을 통해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것과는 달리 노 대통령은 10일 북한에 얼굴을 붉혔다.

노 대통령이 ‘제2의 베를린 선언’ 대신 북한을 비판한 것은 북한에 대해 누적된 실망과 좌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사실상 ‘침묵’해 왔던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에 대한 신뢰 무너졌나=노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표현을 두 차례 했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 북한은 한국 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그걸 참아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1992년 2월 채택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답방 약속 불이행 등을 조목조목 들며 북한을 힐난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북한 때리기’는 북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 실제 노 대통령은 2월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 이후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발언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상 북한을 두둔할 수는 없다=노 대통령의 대북 비판은 그가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회견(8일자)에서 “지금 미국에 새로운 양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북한이 우선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흐름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의 자위적 핵 보유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해 미국과 국내의 보수층으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는커녕 오히려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나오자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 참여 자체를 협상카드화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존의 질서를 깨는 것”이라며 “조건 없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한국도 더 이상 북한을 두둔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노 대통령이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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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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