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당?…‘따로 말고 같이’ 본격 움직임

  • 입력 2005년 4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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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에 거점을 둔 신당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진원지는 지난달 8일 자민련을 탈당하고 중부권 신당 추진을 피력했던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 측이 아니라 당시 심 지사를 ‘배신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던 자민련이다.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류근찬(柳根粲) 김낙성(金洛聖) 의원이 자민련과 심 지사 측이 참여하는 통합신당 추진 필요성에 합의하고, 7일 김학원(金學元) 대표와 심 지사에게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세 의원이 만든 합의문은 △자민련과 심 지사 측이 통합 신당 창당에 노력하고 △이를 위해 4·30 재·보선 후 자민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며 △재·보선은 후보공천을 합의해 치른다는 3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일단 이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충청인들이 ‘나와 심 지사가 둘로 쪼개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야 명예대표도 좋고 통합신당을 만든다고 한다면 백의종군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통합신당 논의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의원이 4명뿐인 자민련으로서는 사실 다른 대안도 없다. 심 지사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탈당하는 등 당이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그나마 독자생존의 기력마저 사라진 상태다.

심 지사 측은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 지사는 7일 자민련의 제안을 전해 듣고 아무런 언급 없이 업무 차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심 지사 측도 이 제안을 심사숙고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중부권 신당에 대한 충청권 주민들의 호응이 그리 높지 않고, 심 지사의 오른팔인 이명수(李明洙) 전 충남행정부지사가 충남 아산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곤경에 처한 양 측은 이처럼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동인(動因)이 있다.

당장 재·보선에서 생존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는 절박감도 강하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 및 이를 전후한 정계개편, 나아가 2007년 대선구도까지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의 절박감이 통합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양측이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재·보선 ‘연합공천’부터 문제다. 자민련은 충남 공주-연기에 정진석(鄭鎭碩) 전 의원을 지원하는 대가로 아산에는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전 의원을 단일 후보로 내세우자는 주장이다. 반면 심 지사 측은 ‘이명수 저격수’를 직접 고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구성이나 지분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후보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통합신당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반면 재·보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향후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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