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송승평 씨의 ‘퀼트 지갑’

  • 입력 2005년 4월 7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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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DIY에 참가한 송승평 씨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퀼트 장지갑을 만들고 있다.
독자 DIY에 참가한 송승평 씨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퀼트 장지갑을 만들고 있다.
서양식 조각보 공예인 퀼트 만들기에 도전할 독자 모집 공고가 난 뒤 본보 e메일 주소로 도착한 다수의 사연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4월인 여자친구 생일은 우리가 만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위해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여자친구를 위해 퀼트를 만들겠다는 매력적인 남자는 동대문우체국 정보통신원으로 일하는 송승평(29) 씨였다. 송 씨는 얼마 전 프러포즈에 성공해 결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집집마다 제각각 사연을 담은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는 일이 직업인 남자.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감동시킬 선물을 만들기 위해 지극히 여성스러운 퀼트를 하겠다고 했다. DIY 작업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퀼트숍 ‘실과 바늘’(02-835-6770)에서 퀼트 전문가 임진영 씨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그가 도전한 것은 퀼트 장지갑 만들기.

○ 바느질 한땀 한땀의 정성

영화 ‘아메리칸 퀼트’에는 주옥같은 대사가 나온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재료가 된다. 그리하여 최후가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퀼트의 어원은 라틴어의 ‘culcita’로, 깃털이나 양모 등을 채워 넣은 주머니나 매트리스를 가리킨다. 자수나 아플리케가 장식을 위한 것이라면 퀼트의 목적은 방한과 보호였다. 퀼트의 기본은 천을 두 장을 겹쳐 안에 솜 등을 끼운 뒤 새로운 천을 대어 만드는 것이다.

지갑의 색은 오랜 세월이 지나서까지 쓸 수 있도록 검은색으로 정했다. 송 씨는 지갑 몸체가 될 검은색 천을 가로 20cm×세로 20cm의 정사각형으로 자르고, 지갑 뚜껑이 될 천은 가로 20cm×세로 9cm로 자르되 한 쪽 면의 양쪽 모서리를 둥글렸다. 지갑이 접히는 부분은 가로 20cm×세로 2cm의 직사각형으로 만들었다.

지갑 뚜껑이 될 천 위에 여러 가지 무늬의 작은 천 7개를 덧대 바느질했더니, 단조로운 검은색 천에 사연이 입혀졌다. 꽃, 나무, 하트….

송 씨가 각별히 신경 쓴 것은 바느질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것.

전남 순천시가 고향인 그는 2년 전부터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며 이따금씩 바느질을 해 봤지만, 한땀 한땀 꼼꼼히 바느질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연방 식은땀을 닦아낸다. 오로지 여자친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각종 퀼트 용구는 서울 동대문종합상가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퀼트 바늘은 일반 바늘보다 가늘고 짧다. 바느질을 많이 해야 하므로 손가락에 끼우는 링 골무를 사용하면 덜 힘들다.

○ 퀼트에 담은 영원한 사랑

지갑 뚜껑이 될 천 중 양쪽 모서리를 둥글리지 않은 직선 면에 가로 20cm×세로 2cm의 직사각형 천을 꿰맨다. 퀼트에 사용되는 바느질 방법은 기본적으로 홈질이다. 매듭은 땀과 땀 사이에 지어 겉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

이후 지갑 뚜껑과 같은 크기로 솜과 안감을 가위로 잘라내 함께 꿰매 뒤집은 뒤 여기에 지퍼를 단다. 지갑의 몸체 부분도 뚜껑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만든다. 이때 천의 중심에 시침핀을 꽂아 고정시킨 후 바느질하면 편리하다.

지갑의 폭이 될 가로 6cm×세로 16cm인 천 두 장을 각각 반으로 접어 꿰맨 후 뒤집어 가로 6cm×세로 8cm의 형태로 만든다.

지갑 겉면을 3단으로 접어 전체를 바이어스 테이프로 감싼다. 이때 지갑의 폭이 될 천도 좌우에 달아 함께 두른다. 바이어스 테이프는 남은 천을 대각선 방향으로 잘라 만드는 것으로, 천을 대각선 방향으로 자르면 잘 늘어나 곡선 부분이 특히 잘 마무리된다.

퀼트는 원칙적으로 어떤 천을 사용해도 무관하지만 30수와 40수 정도의 약간은 성근 듯한 목면의 평직과 염색하지 않은 원사 평직으로 짜여진 천이 바느질하기 수월하다.

지갑의 뚜껑에 똑딱단추를 달아 완성한다.

손바느질인 퀼트의 가장 좋은 점은 취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천을 수시로 바꿔 덧댈 수 있는 것이다.

송 씨는 말한다.

“지금의 여자친구가 아내가 되고, 내가 만든 지갑을 아내가 쓰다가 딸이 물려받아 고쳐 썼으면 좋겠어요.”

퀼트를 처음 해 봤지만 퀼트의 참 의미를 아는, 로맨틱한 남자였다.


▽준비물▽

지갑 본체용 검은색 천 8분의 1마, 안감용 천 8분의 1마, 작은 조각천 7장, 지퍼, 퀼팅 솜, 똑딱단추, 실, 퀼트 바늘, 골무, 실밥 따개, 마커.

▽만드는 순서▽

① 조각천을 서로 연결한다. ② 조각천을 지갑 본체에 꿰맨다. ③ 솜과 안감을 꿰맨다. ④ 지퍼를 단다. ⑤ 옆면을 만든다. ⑥ 지갑 겉면을 바이어스 마감한다.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최고로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자”▼

사랑하는 내 여자친구에게

따스한 햇살이 봄을 알리는 듯 시원한 바람이 내 뺨 위로 스치며 지나가는 게 완연한 봄이구나.

온 세상이 얼어붙었던 겨울의 끝이 지나가듯, 널 만나기 전의 차갑고 메말랐던 내 마음도 봄의 새싹과 꽃이 피어나듯 여유롭고 행복해졌어.

화이트데이에 너에게 장미꽃을 건네고 목걸이를 걸어줄 때, 예쁘게 웃던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너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지.

늘 말없이 내 얘기에 웃음을 짓는 너의 아름다운 미소는 내가 너에게 더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어. 날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늘 곁에서 격려하고 위로하는 너를 통해 너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어.

널 만난 후 나에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어. 세상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고, 힘들게 일하면서도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널 만나면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는 거야.

널 위해 만든 이 지갑이 비록 조그맣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갑이라는 걸 기억해 주렴. 나도 너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로 남고 싶고, 항상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고 노력할게. 지금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매일 기도하고 최선을 다할게.

네 남자친구 승평

◇다음번 ‘독자 DIY’에서는 선물 포장에 도전합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께, 아이에게 줄 선물을 남다르게 포장하고 싶은 분은 위크엔드(weekend@donga.com)로 참가를 원하는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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