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 김사장님 온라인 가게 열고 활짝

  • 입력 2005년 4월 7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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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의류 판매상 김성문(37) 씨. 그는 2003년부터 직접 디자인해 만든 옷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장터) 옥션에서도 팔고 있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갖고 있는 셈. 김 씨는 옥션에서 월 평균 2000만∼3000만 원어치의 옷을 판다. 두산타워 매장의 월 평균 매출 2000만 원보다도 많다.

#사례2

서울 동대문 의류도매상가 누죤에 따르면 지방상인들의 상경버스 대수는 올 1, 2월 745대로 작년 같은 기간(883대)에 비해 15.6% 줄었다. 누죤 이주희 대리는 “상경버스가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인터넷의 영향도 적지 않다”며 “인터넷 구매가 늘어나면서 상경횟수를 줄인 상인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개설된 마켓플레이스가 재래시장 유통망을 바꾸고 있다. 서울 남대문, 동대문시장 상인들이 앞 다퉈 온라인상에 점포를 내면서 오프라인 상점에서 죽을 쑤면서도 온라인에서 거뜬히 만회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서 활로를 찾는다=웹 디자이너 출신 윤모(34·여) 씨는 옥션과 G마켓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월 3000만 원가량 의류를 팔고 있다.

윤 씨는 “3년 전 무작정 동대문시장에서 원피스 두 벌을 사 옥션에 올렸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며 “그저 예뻐서 올린 원피스가 2, 3일 만에 하루 평균 100벌씩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인터넷 의류판매에 성공한 윤 씨는 지난해 동대문시장에 직원 6명을 둔 도매전문점을 열고 어엿한 사장으로 변신했다.

두산타워 의류판매상 김성문 씨는 “인터넷에서는 소문만 잘 타면 몇 만 벌씩 팔리는 ‘대박 옷’이 생겨 나기도 한다”며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인터넷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옥션은 지난해 총 3만5475명에게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생 가운데 약 35%인 1만2400여 명이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 온·오프라인 상인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동대문과 남대문시장 등에서 의류를 팔고 있는 상인으로 추정된다.

▽누구나 사고팔 수 있다=시장 상인들이 마켓플레이스로 몰리는 것은 ‘누구나 쉽게 들어가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판매상 윤 씨는 “하루 사이에 의류판매상이 50∼100명씩 늘어난다”고 전했다.

소비자들도 상품 종류가 많고 가격도 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선호한다. 간단한 검색 기능으로 판매자들이 내놓은 상품과 가격을 동시에 비교할 수도 있다.

김 씨는 “전날 인터넷에 올린 티셔츠와 비슷한 티셔츠를 다른 판매자가 싼 가격에 팔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高精敏) 수석연구원은 “다수의 판매자와 수요자가 존재하고 가격 정보가 공개되고,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마켓플레이스는 ‘완전경쟁 시장’과 유사하다”며 “온라인 장터는 오프라인상의 ‘거리’를 없앴다는 점에서 유통혁명”이라고 설명했다.

▽믿고 살 수 있나=마켓플레이스 거래가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인터넷 마켓플레이스 거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지난해 222건으로 전년 대비 117.6% 증가했다.

소보원은 마켓플레이스 거래 특성상 판매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품질과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크로(Escrow·물품 수령 전까지 제3의 기관에 결제대금을 예치하는 것)가 시행되면서 물품 인도 지연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보원 이기헌(李耆憲) 사이버연구팀장은 “소비자가 평가한 ‘판매자 신용도’ 정보를 잘 살펴보고 판매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온라인상의 사진과 실제 물건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온라인상의 장터. 인터넷에 만들어진 장터에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누구나 판매자 또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을 하고 거래업체가 입점하는 인터넷 쇼핑몰과는 다르다. 상품 수가 많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옥션, G마켓 등이 대표적인 마켓플레이스 업체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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