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모든 길은 바티칸을 향한다”

  • 입력 2005년 4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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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비공개 회의인 콘클라베가 18일 시작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에 바라던 대로 ‘지하’에 묻히게 됐다. 교황청 추기경단은 5일 요한 바오로 2세의 매장 방침을 확정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을 알현하려는 조문객이 6일 하루에만 100만 명이 넘었다. 장례식이 열리는 8일에 폴란드 조문객 200만 명이 한꺼번에 도착하는 등 참배객이 최대 400만 명에 육박해 로마 시민 3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장례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콘클라베 개최 카운트다운=추기경단은 18일 콘클라베를 시작하기로 6일 결정했다. 추기경 선거인단은 당초 117명에서 116명으로 줄었다. 와병중인 필리핀의 하이메 신(76) 추기경의 참석이 어렵기 때문. 신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를 선출했던 1978년 콘클라베에 참석했던 추기경 3명 중 1명이다.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추기경단이 18일 아침 미사를 가진 뒤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콘클라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기경들은 이곳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12일간 최대 30차례 투표를 실시한다.

한편 나바로발스 대변인은 6일 추기경 모임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남긴 일기 형태의 신앙고백록인 ‘영성록(spiritual testament)’을 낭독했으나 ‘비밀의 추기경’ 이름은 없다고 확인했다. 비밀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가 2003년 임명했다.

영성록은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에 오른 다음 해인 1979년부터 폴란드어로 작성한 15쪽 분량의 기록물로 영적 묵상과 유언장 성격의 글 등이 담겨 있다. 일반인에게는 7일 중 이탈리아어와 폴란드어로 각각 공개된다.

▽달라진 관례=교황청은 차기 교황이 선출되면 오랜 관례인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리기 전에 먼저 종을 쳐 새 교황 탄생을 알리기로 했다.

피에로 마리니 교황청 전례(典禮) 담당 대주교는 “과거 교황 선출에서 연기 색깔을 둘러싸고 혼동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교황 선출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종을 울릴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또 선거기간 중 타인과의 접촉이 일절 금지됐던 추기경들도 바티칸시티 내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도록 허용됐다고 마리니 대주교는 밝혔다. 과거에 추기경들은 교황청사 내 시스티나 성당 인근의 사도궁에서 묵어야 했다.

▽뜨거운 조문 열기=남녀노소 조문객들이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을 알현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2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많은 조문객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우며 2km나 되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발터 카스퍼 독일 추기경은 장사진을 목격하고는 “이는 기적이다. 모든길은 ‘로마’가 아닌 ‘바티칸’으로 통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피오 라기 이탈리아 추기경은 “생명으로 가득하고 빛나는 구름 같은 광경”이라고 평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각 가정에 조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문을 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일인 8일에 일식이 발생할 예정이어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과 태양이 금반지 형태로 보이는 금환(金環)일식이 잇따라 일어난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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