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산사까지 태운 식목일 산불

  • 입력 2005년 4월 5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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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고성군 일대가 산불 대재난에 휩싸였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재난사태를 긴급 선포했다. 완전 진화는 물론이고 사후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국민의 도움도 긴요하다.

양양군에서 일어난 산불로 낙산사가 거의 전소됐다. 그제 밤 발생한 산불이 어제 주변 마을의 가옥 수십 채를 태우고 급기야 의상대를 제외한 사찰 대부분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1300년 넘게 이 나라 불교의 맥을 이어온 3대 관음기도 도량의 하나가 참변을 당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낙산사뿐이 아니다. 식목일인 어제 충남 천안시, 전북 완주군, 경북 예천군 등 전국 2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산불이 날 때마다 허술한 산불 관리체계를 지적하고 반성해 왔지만 이번에도 재난 대처 자세와 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해마다 봄철이면 등산로를 폐쇄하거나 화기물질 지참 및 흡연·취사를 못하도록 단속도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방장비 현대화는 물론이고 선진국처럼 방화림을 조성하거나 임도(林道)를 대폭 넓히는 등 더 효과적인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강원도 일대의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만큼이라도 이런 대책으로 보호해야 한다. 식목일에 온 국민이 나무를 심어도 이번과 같은 산불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 복구는 훨씬 더 어렵다. 우리나라 산은 경사와 기복이 심해 불이 나면 진화하기 힘들다.

차제에 북한 쪽에서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는 산불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군이 휴전선 일대의 감시와 경계를 쉽게 하기 위해 지르는 산불이 남쪽으로 넘어오면서 큰불로 번지곤 하는데 이 문제도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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