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 기자의 북극통신]영하49도 혹한속 ‘생존게임’

  • 입력 2005년 4월 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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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서도 “독도는 우리땅”‘북극에서 보내온 독도 사랑.’ 박영석 대장(오른쪽) 등 북극점 원정대원들이 극한과의 싸움속에서도 ‘독도는 우리땅’이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랑스런 한국인들의 늠름한 모습이다. 레졸루트=전 창 기자
북극서도 “독도는 우리땅”
‘북극에서 보내온 독도 사랑.’ 박영석 대장(오른쪽) 등 북극점 원정대원들이 극한과의 싸움속에서도 ‘독도는 우리땅’이란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랑스런 한국인들의 늠름한 모습이다. 레졸루트=전 창 기자
서바이벌 게임.

박영석(42·골드윈코리아 이사·동국대 산악부 OB) 탐험대장이 이끄는 북극점 원정대가 만신창이의 몸으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박 대장은 허벅지 동상에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홍성택(39) 대원은 양 발목에 피로골절 증세가 나타났고 배탈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 막내 정찬일(25) 대원은 코에 큰 물집이 잡혔다.

출발 27일째인 4일 원정대의 위치는 북위 85도 40분 789, 서경 72도 5분 241. 292km를 걸어 북극점까지 직선거리 775km의 38%를 소화해낸 것. 대원들의 눈물겨운 ‘북극 서바이벌 게임’을 살펴본다.

○ 이렇게 추울 수가


출발 이후 기온은 평균 섭씨 영하 39도. 여기에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불어 평균 체감온도는 영하 49도. 수은주는 최저 영하 55도까지 내려갔고 블리자드(눈보라를 동반한 강풍)까지 겹친 날엔 체감온도 영하 63도까지 경험했다.

체감온도 영하 45도 이하에서 피부가 노출되면 9분 이내에 동상에 걸린다. 영하 60도 이하로 떨어지면 그 시간이 2분으로 짧아진다.

두건과 모자를 함께 쓰고 상하의(3겹) 장갑(4겹) 양말(2겹)을 겹쳐 입지만 날씨가 워낙 춥다.

○ 공포의 대상인 리드(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드러난 곳)

리드에 빠지면 동상과 저체온증 위험이 크다. 텐트를 치고 버너를 켜 빨리 말리는 것이 상책. 옷을 모두 벗기고 대원 전원이 달려들어 전신 마사지를 한다.

특수 버너 2개를 모두 켜면 텐트 안은 금방 더워지지만 휘발유(하루 2L)를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박 대장은 지난달 15일 허리까지 리드에 빠졌으나 운행을 감행했다가 허벅지 동상이 심해졌다. 오희준(35) 대원도 지난달 28일 리드에 빠졌는데도 3시간 이상 운행을 했다가 동상이 악화됐다.

○ 물과 식사는 어떻게

북극 얼음은 짠 바닷물이 언 것이라 녹여 마실 수 없다. 또 북극 지방은 눈도 거의 오지 않는다. 때문에 조금씩 흩날려 쌓인 얼음 표면의 눈을 걷어 코펠에 담아 녹여 마신다.

식사는 아침, 저녁 하루 2번. 눈 녹인 물과 냉동건조된 찹쌀, 고기, 야채를 압력솥에 한꺼번에 넣고 끓인다. 압력솥을 쓰는 이유는 취사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점심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버너를 켜지 않고 먹는 행동식으로 비스킷과 초콜릿바, 영양분말을 넣은 음료. 휴식을 겸해 하루 2차례 먹는다.

○ 용변은 고통

용변 시간은 고통의 시간. 바람을 피해 텐트 안에서 해결하면 좋지만 4명이 앉으면 꽉 들어차는 비좁은 공간에서 ‘실례’를 할 수는 없다.

강풍으로 허리를 펴기도 힘든 바깥에서 볼일을 보는 건 끔찍한 일. 대원들은 용변을 편하게 보기 위해 엉덩이 부분 전체에 지퍼를 단 바지를 입고 있다. 한 손으로는 바지 엉덩이 부분에 달린 지퍼를 내리고 또 한 손으로는 잠잘 때 침낭 밑에 까는 매트리스를 엉덩이 주위에 둘러 바람을 막으며 최대한 빨리 용변을 본다.

레졸루트=전창 기자 jeon@donga.com

▼북극곰은 콜라를 좋아한다?▼

북극의 상징은 북극곰.

많은 사람들이 북극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북극곰은 겨울에 배설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냐” “털이 정말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가”부터 “TV 광고에서처럼 곰이 정말 콜라를 좋아하느냐”는 황당한 질문까지….

‘북극곰을 직접 만날 수 있으니 좋겠다’는 부러움을 받았지만 북극 지방에서 한 달 넘게 지내면서 아직 북극곰을 만나지 못했다.

조바심이 나 마을에서 이누이트(현지인들이 에스키모 대신 스스로를 일컫는 말) 곰사냥꾼으로 유명한 알리아숙 이들룻(51) 씨에게 “북극곰을 볼 수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이따금 굶주린 곰이 마을에 나타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 있다. 올해는 먹이가 많은지 한 번도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대답과 함께 “곰이 마을에 오면 정말 위험하니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 분포한 북극곰의 수는 2만2000여 마리. 이 중 캐나다에 가장 많은 1만30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보호종으로 사냥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데 올해 캐나다 최북단 누나부트 주에 할당된 북극곰 사냥 쿼터는 115마리.

이들룻 씨가 전하는 곰의 특성은 이렇다. 북극곰 암컷은 1월에 새끼를 낳느라 얼음 구멍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물론 배설도 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수컷은 자유롭게 사냥다니며 먹고 배설도 한다.

북극곰의 털은 태어나선 눈꽃 같지만 커가면서 노란색이 많아지며 털은 거칠어 플라스틱 빨대처럼 딱딱하다. 북극곰도 단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니 콜라를 못 먹을 리 없다고….

레졸루트=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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