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국방부의 ‘독도’ 무신경

  • 동아일보
  • 입력 2005년 4월 1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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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일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 2004년판 국방백서 1000부를 추가로 발간한 것은 일이 터진 뒤에야 수습에 허둥대는 ‘뒷북치기’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방부는 이날 “2월 발간한 2004년 국방백서에 우리 영토 독도를 포함시키지 않아 초래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가발간 배경을 설명하고 “군의 영토 수호의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백서의 독도 누락 논란에 대해 군 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돋보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방부가 취한 행보를 보면 이 같은 자화자찬을 국민이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방백서에 독도 관련 부분이 누락된 사실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16일. 독도 문제로 한일관계에 격랑이 이는 상황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국방백서에 비중 있게 실렸던 독도 내용이 통째로 빠졌지만 국방부는 당초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당시 국방부는 “백서에 나오는 ‘해양 관할지역’이란 말에는 모든 도서가 포함되므로 독도 수호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에 펴낼 영문판 국방백서엔 독도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뒤늦게 독도 관련 부분을 다시 넣은 국방백서를 추가로 발간하기로 결정했다. 아쉬운 대목은 국방부가 당초부터 백서 발간에 신중을 기했더라면 이 같은 논란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군 내에선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규정을 삭제하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논란을 빚은 국방백서가 이번 일로 다시 구설수에 오를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고위관계자는 “국군의 존립근거와 안보의지를 천명하는 중요한 정부문서를 불과 두 달 만에 재발간하는 ‘소동’을 주변국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영토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국방부의 안이한 자세인 것 같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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