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서울 고덕동 묘곡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40년간 교단생활을 한 임씨는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4개월째 투병 중이다. 하지만 “몸 상태가 조금만 나아지면 ‘종소리 박물관(가칭)’을 세우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1983년, 한 사찰에서 작은 종을 산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종 수집에 나섰다. 주말이면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과 인사동을 누볐고, 방학 때면 지방의 고찰이나 외국으로 가 종을 모았다. 칠레에서 구입한 종을 갖고 멕시코로 가려다 세관에서 ‘철제품은 비행기에 들일 수 없다’며 몰수될 뻔한 적도 있다.
많은 종을 만났지만 으뜸은 한국 종이라고 한다. 윗부분의 음통은 뿌리가 좁고 끝이 넓어 하늘로 깊은 소리를 뿜어내고, 종의 바닥에는 울림통이 있어서 땅을 울린다는 것.
“한국 종의 소리는 맑고 깨끗하면서 멀리 퍼지는 반면 외국 종은 둔탁하고 짧습니다. 한국 종은 또 두께가 얇고 종 외부의 무늬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지요. 최고 종소리는 신라의 에밀레종입니다.”
그는 경기 여주군에 박물관터를 마련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종 기증을 전제로 박물관을 건립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직접 박물관을 세워 나라에 헌납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일단 종 전시회 등에 대여를 추진 중이다(문의 017-232-7877).
임씨는 “종은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며 “많은 분들이 새해를 종소리와 함께 활기차게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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