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30년…이제 페렛이 꿈꾼다"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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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리처드 바크가 족제비과 동물 페렛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소설을 펴냈다. 자신이 키우는 페렛을 품에 안은 작가는 “보기만 해도 즐겁고, 매력적인 동물이 페렛”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현문미디어
‘갈매기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리처드 바크가 족제비과 동물 페렛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소설을 펴냈다. 자신이 키우는 페렛을 품에 안은 작가는 “보기만 해도 즐겁고, 매력적인 동물이 페렛”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현문미디어
어린 들쥐 한 마리가 고양이에게 쫓기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페렛과 정면으로 부닥치고 말았다.

“완전히 망했어. 재앙을 피했다 싶었는데, 또 다른 재앙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어.”

“네가 내 손아귀에 떨어진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는 재앙이 아니야. 나는 너와 같은 동물이야. 단지 나는 내 운명을 선택하고, 또 나의 가장 고귀한 권리를 따라서 살 뿐이야.” (1권 ‘폭풍 속의 구조’ 프롤로그 중)

《소설 ‘갈매기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미국 작가 리처드 바크(67)가 총명하고 선량한 족제비과 동물 페렛을 데리고 나타났다. ‘갈매기의 꿈’ 이후 그가 동물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10월 완간된 이 책 ‘페렛’의 한국어판(전5권·현문미디어)이 최근 완간됐다. 미국 워싱턴주 샌환 부근 외딴 섬의 통나무집에서 아내와 10마리의 페렛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바크는 원고 마감에 맞춰 글 쓰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바크를 ‘페렛’의 번역자 이옥용씨(41)가 e메일로 인터뷰해 본보에 보내왔다.》

―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명구(名句)를 남긴 ‘갈매기의 꿈’은 1970년 출간 이래 지금까지 40개 언어로 번역돼 4000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이번에는 새가 아니라 땅의 동물인 페렛이군요. 오랜만에 다시 우화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인간사(人間事)를 다룬 이야기를 읽을 때면 늘 속을 준비를 하죠. 인간은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을 때가 많고, 동기를 숨긴 채 행동하니까요. 하지만 동물들의 눈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아무런 가식이 없어요. 나는 페렛과 함께 사는데, 그들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모험을 좋아해요. 페렛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종(種), 인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악(惡)과 범죄, 전쟁이 없는 페렛의 세상이 인간을 위한 모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리처드 바크가 직접 그린 페렛의 캐릭터.

2002년 초 집필을 시작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모든 존재가 초월적인 능력을 가졌으며 고통스러운 비상(飛翔) 끝에 진정한 자아실현과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완벽한 비상을 꿈꿨던 갈매기 조나단이 페렛으로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셈이다.

― ‘페렛’ 이야기 뒤에 숨겨진 질문이 있습니까.

“우리가 몸과 마음을 다해 이상을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이 작품 속에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사랑과 기쁨, 모험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은 환상이 아니지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최선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선택입니다. 각자 그렇게 결심할 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으로 변할 거예요.”

― 당신은 소설 ‘환상(Illusions)’ ‘영원을 건너는 다리(The Bridge Across Forever)’ 등에서 신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와 영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작가정신의 출발점은 어디입니까.

“오래전 나는 굉장히 강렬한 (영적인) 체험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존재가 아무 의미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우리 안에는 미처 건드려보지도 못한 힘이 있어요. 그런 자각이 나를 끝없이 당겨줍니다.”

―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가 진실로 누구인지, 어째서 우리가 이 작은 행성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게 됐는지 매일매일 조금씩 더 상기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정리=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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