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향기][독서교실]엄마와 딸 얘기…생각이 깊어지네요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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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178쪽 7000원 웅진닷컴

학교 도서실에 와서 읽을 책 좀 찾아달라는 여학생들에게 권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인 엄마와 딸이 번갈아 쓴 형식의 이 책,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중학교 여학생이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는 책이다. 반납할 때면 “어디나 엄마와 딸은 같은 모양”이라고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 그 토닥거림을 읽으면서 자신이 엄마와 벌이고 있는 소소한 불화를 돌아본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 벌이는 다양한 대결 양상들, 이를테면 들볶고 조바심 내고 불안해하고 기를 꺾어놓고 기운을 돋워주고 잔소리하고 상처 입히고 부려먹고 가슴 뿌듯해하고 실망하고 기대하는 일상의 흔적을 각각의 관점에서 서술하여 나란히 대보는 형식으로 쓰였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이렇게나 생각이 다를까 싶게 생생하고 발랄하게 쓰인 문체도 읽는 즐거움에 한몫을 더한다.

아이들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을 까먹나 봐’라며 노래를 부르고, 어른들은 그들대로 ‘나중에 너랑 똑같은 딸을 낳으면 그때 가서야 내 마음을 알거야’라며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이런 토닥거림은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갖는 근본적인 믿음들―이 세상 딸들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내 딸, 때때로 우리는 눈빛을 반짝이며 서로를 쳐다볼 것이다―에 유쾌하게 가 닿는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문을 나서기까지, 고독하게 마주앉은 식탁에서, 쇼핑을 하러 나간 백화점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와 딸이 사사건건 맞서는 모습이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우스운 이유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엄마인 수지 모건스턴의 책을 전부 찾아 읽었다. 열쇠를 잃어버린 비밀일기장 같은 딸, 그런 딸에게 다가가는 엄마의 지혜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기를 잃지 않으며 유머감각을 갖춘 그가 부럽다. 그리고 이 책을 아이들에게 권할 때는 꼭 엄마에게도 보여드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엄마와 딸이 이 책을 함께 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과 함께 우리네 엄마 이야기가 담긴 책 ‘딸이 있는 풍경’(최순희·그림 같은 세상)도 같이 읽기를 권한다. 성향과 빛깔이 다른 두 딸에게 다가서는 엄마의 모습이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책이다. 수지가 딸과 나누는 자매애와는 또 다른, 아이에게 환한 등불이 되어주는 엄마의 모습이 내겐 인상적이었다.

올해 책의 날, 부모님께 선물하면 좋을 책으로 추천했더니 함께 읽었다며 좋아했던 책이기도 하다. 중학생 이상이면 쉽게 읽을 수 있으며, 함께 읽으면 마음이 깊어지는 책이다. 올겨울, 책으로 엄마와 딸이 허심탄회하게 만나기 바란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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