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문애리 교수 "미국내 한국어 교육 확대 필요"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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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동양 언어의 대표는 일본어 중국어라는 인식이 많아요. 내년에는 미국 중고교에서 한국어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교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미국 UCLA의 문애리(文愛利·46·여·사진)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미국 중고교의 한국어반 확산을 위한 고국의 지원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SATⅡ(미국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길옥빈·吉沃彬)의 이사를 맡고 있는 문 교수는 16일 “미국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많이 만들지 않으면 한국의 위상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중국에 비해 우리는 미국 중고교에 자국어를 보급하는 데 관심이 너무 적어요. 일본과 중국 정부가 미국 중고교에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하면서 자국어를 보급하려는 것은 언어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중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선택한 학교는 각각 1000여곳, 500여곳에 이른다. 반면 한국어는 51개교에 불과하다. 그마저 대부분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돼 있다.

SATⅡ 외국어시험 과목으로 일본어는 1993년, 중국어는 1994년부터 채택됐고 한국어는 1996년 채택됐다. 이것도 한국 정부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삼성측이 미국대학위원회에 50만달러를 제공해 이뤄졌다.

문 교수가 미국 중고교 한국어반 개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교포 수(약 300만명)에 비해 한국어의 위상이 너무 낮기 때문.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자녀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돈을 많이 버는 데 비해 한국어의 위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

“2000년부터 매년 미국 중고교 교장 30여명을 한국의 대학으로 초청해 한국을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어요. 10일 정도 연수를 하면 이들의 태도가 너무 달라져 곧바로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의 역사책에도 한국은 거의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 청소년들이 한국을 아는 통로로 중고교 한국어반 개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미국 중고교에 한국어반을 늘리기 위해 한국 정부의 관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포학생의 학부모나 기업가들의 기부 풍토”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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