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역사자료 뒤지며 상상력 키웠죠"…'궁' 작가 박소희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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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학습 만화가 잘 팔리는 요즘 만화 시장에서 순정만화 ‘궁’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유머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에세이와 학습 만화가 잘 팔리는 요즘 만화 시장에서 순정만화 ‘궁’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유머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우리나라에서 아직 군주제가 유지되고 있다면? 그래서 영국이나 일본처럼 왕세자의 결혼이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다면?

왕세자와 평범한 여고생의 결혼 이야기를 그린 ‘궁’(宮)은 그런 상상을 통해 탄생된 판타지 순정만화. ‘궁’의 작가 박소희씨(25·사진)는 15일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제13회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신인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받아 역량을 인정받았다.

올해 처음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인기상 부문에서 ‘궁’은 15만여 명의 투표자 가운데 3만231표를 받았다. 2002년 잡지 ‘윙크’를 통해 연재되기 시작한 ‘궁’이 인기만화 ‘열혈강호’를 무려 1만여 표차로 눌렀다는 점이 만화 팬들에게는 화제였다. 권당 1만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는 만화계에서 네 권까지 나온 ‘궁’은 권 당 평균 2만 5000부가 팔려 ‘대박’ 상품이 됐다.

대구 출신으로 보이시한 외모를 지닌 박씨는 아직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었다.

“기분은 좋은데 아직 실감이 안나네예. 인터뷰라꼬예? 말을 잘 몬 해서 우짜지예.”

경남 김해시 김해여고와 공주대 만화학과를 나온 그는 1999년 만화잡지 ‘나인’ 공모전에 입선하면서 등단했다.

“고등학교 때 가야의 왕릉을 가봤는데 썰렁하데예. 그 때 신문에선 한참 일본의 왕세자가 결혼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였는데, ‘우리도 왕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 만화 구상을 시작했지예.”

그는 이후 수년간 조선왕조실록, 왕비열전 등의 서적을 뒤적이며 자료를 모았다.

‘궁’의 줄거리는 이렇다. 평범한 여고생 채경이 할아버지와 전 국왕의 약속 때문에 느닷없이 왕세자비로 간택된다. 채경은 엄격한 왕실의 법도와 차가운 세자의 태도 때문에 힘겨워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마음이 따뜻한 세자와의 사랑에 빠진다. 순정만화답게 왕세자 사촌과의 삼각관계, 세자의 옛 여자친구의 등장, 왕위 계승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이 극적 긴장을 더한다.

“‘다모’나 ‘대장금’처럼 사극이면서도 현대적 느낌을 주는 설정이 재미있었나 봅니더. 그러나 이야기 전개나 구성은 아직 많이 배워야지예.”

작품 곳곳에 들어간 유머도 인기 비결. 박씨는 ‘썰렁 개그’라고 하지만 ‘윙크’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온 독자의 소감엔 ‘너무 웃긴다’는 내용이 많다.

그는 “구상해둔 전체 에피소드의 절반 정도를 소화한 것 같아예”라며 “앞으로 2∼3년간 ‘궁’에 전념해야지예”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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