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첫 문호개방]비정규직 노조가입 논란

  • 입력 2003년 12월 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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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최근 은행권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정규직은 사업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특수고용직’을 빼고는 현행법상 노조에 가입하거나 자체적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의 노조가입률은 2.4%에 그쳤다.

전체 임금근로자 1415만명 가운데 노조원이 162만명으로 가입률은 11.4%. 정규직은 631만명 중 143만명이 노조에 가입해 가입률이 22.7%에 이르지만 784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가운데 노조원은 2.4%인 19만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의 노조가입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사측이 노조 가입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 ‘노조에 가입하는 즉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공언하는 사용자 앞에서 노조에 선뜻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996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곳은 100개에 그친 반면 노조원 자격을 정규직으로 한정한 곳은 373개나 됐다.

나머지는 노조규약 또는 단체협약에 비정규직의 가입 허용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는 5일 “최근 지부(단위사업장) 대표자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4만여명의 노조 가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단 지부별 노조가 비정규직의 가입 허용을 추진하고 금융노조도 산하에 ‘비정규직 특별지부’를 만들어 은행권 비정규직의 힘을 모으기로 한 것.

금융노조 비정규직 특별지부는 내년 산별교섭부터 고용안정, 임금인상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는 게 사실이다.

주진우(朱鎭宇) 민주노총 비정규사업실장은 “비정규직의 단위사업장 노조 가입은 현실적으로 정규직의 양보가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창완(朴昶完) 금융노조 비정규특위 국장은 “은행권 노조 가운데 명시적으로 비정규직의 가입을 배제하고 있는 곳은 K, U은행뿐이지만 비정규직의 단위사업장 노조 가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지부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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