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인 피살]한국인 계획적으로 노렸나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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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이 미군 및 미군시설 중심에서 ‘소프트 타깃(soft target·공격하기 쉬운 비군사적 목표)’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저항세력은 지난달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중 바그다드 시내 호텔을 공격해 이미 외국 민간인에 대한 협박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라마단 이후 외국인에 대해 전면 공격을 공언한 상태다. 실제 지난 주말 티크리트 사마라 등지에서 발생한 산발적인 테러로 인한 희생자가 미국인은 2명이었지만 한국 일본 스페인 콜롬비아 등의 제3국인이 12명, 이라크인 운전사가 1명이었다.

▽‘한국인 타깃’인가, ‘외국인 타깃’인가=이번 오무전기 직원들에 대한 테러가 한국을 목표로 한 저항세력의 면밀한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인지, 무차별적인 외국인 공격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오무전기 직원들이 피격된 지점은 바그다드 북쪽 고속도로 바그다드∼티크리트 구간. 이곳은 왕복 4차로로 차량의 주행 속도가 빠른 데다 차량의 측면과 후면만 집중공격을 받은 점에서 한국인을 꼭 짚어 겨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있다.

또 미 4사단 대변인은 한국인 피격이 벌어진 비슷한 시간에 티크리트와 바그다드 중간지점인 사마라에서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연합군이 아닌 민간인 3명이 작전지역 부근에서 저항세력에 피격돼 숨졌다’고 덧붙였다. 사마라는 티크리트와 함께 저항세력의 도발이 가장 심한 지역. 이 민간인들이 오무전기 직원들이라면 이날 전투와 한국인 직원 피격에는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 저항세력이 미군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한국인을 마구 공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항세력이 한국인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티크리트에서 관계기관이 참석하는 재건회의가 열린다는 정보를 저항세력이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경우 저항세력은 재건 참여 국가 및 기업에 대한 경고성 테러를 가했을 수 있다. 이라크에 극단적인 ‘외국인 혐오증’이 팽배해지고 한국군 파병이 임박한 시점에서 한국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 타깃이 주(主)타깃으로=5월 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이후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은 점차 조직화되면서 빨치산 수법을 닮아 가고 있다. 이들은 특정 은거지역 없이 민가에 숨어 지내기 때문에 미군이 색출에 애를 먹고 있다.

잇따른 미군 헬기 격추 사건 이후 미군의 저항세력 색출 작전이 공중 화력까지 동원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최근 저항세력의 주 타깃은 비군사 목표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11월 중순 하루 47건에 달했던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이제 11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이라크인 협력자들에 대한 공격은 지난 한 달 동안 150건을 넘었다.

특히 지난 주말 저항세력의 공격은 한국 일본 콜롬비아 스페인 등 외국인 타깃에 집중됐다. 이는 미군과 맹방간 연합전선에 균열이 가게 하고 동시에 이 연합전선에 동참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현재 이라크엔 미 국제개발처(USAID) 미군 공병단 등이 20개 이상의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 전후 재건프로젝트를 발주했고 한국 등 각국의 하청 기업만 100개가 넘는다. 따라서 오무전기 같은 외국 기업은 쉽게 저항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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