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민배우 안성기-야쿠쇼 고지 부산영화제서 만나

  • 입력 2003년 10월 4일 0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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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안성기(왼쪽)와 야쿠쇼 고지가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3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안성기(왼쪽)와 야쿠쇼 고지가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한국의 안성기(52)와 일본의 야쿠쇼 고지(47).

양국을 대표하는 ‘국민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두 스타가 3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일 두 국민배우, 영화와 인생을 논하다’란 제목의 대담을 가졌다.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날 대담에는 200여명의 영화팬들이 참가해 두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히 지켜봤다.

야쿠쇼는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자신이 1인2역을 맡은 영화 ‘도플갱어’를 떠올린 듯 안성기를 가리키며 자신과 닮았다는 의미에서 ‘도플갱어’(생령·生靈)라고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두 배우는 생김새는 물론 캐주얼을 선호하는 의상스타일, 웃는 모습까지 비슷했다. 생일도 1월 1일로 똑같다.

안성기는 “95년 일본 영화 ‘잠자는 남자’에 출연해 그를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며 “외모는 물론 분위기도 비슷해 보고 있으면 꼭 우리말을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배우라는 표현에 대한 두 배우의 해석도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국민배우란 표현을 쓰지 않지만 안성기씨를 소개받는 과정에서 국민배우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그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하지만 국민배우는 나쁜 짓 못하는 것 아니냐. 또 청렴결백해야 하고. 안성기씨가 살기 몹시 힘들겠다고 생각했다.(웃음)”(야쿠쇼 고지)

“프로야구 스타 이승엽 선수가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자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가수 조용필씨와 내가 인터뷰 대상이었는데 그게 다 우리에게 ‘국민’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녀서였다.”(안성기)

까다로운 질문도 있었다. 한때 일본 여성이 가장 안기고 싶은 배우 1위로 꼽혔던 야쿠쇼에게 중년의 불륜을 다룬 영화 ‘실낙원’ 같은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는 것. 야쿠쇼는 “일본 여성은 이미 나를 잊은 지 오래된 것 같아 섭섭하다”며 “가정을 지키지 않으면 안성기씨와 같은 국민배우를 지향하는 배우가 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모든 점에서 닮은 두 스타지만 술에 관해서는 확실히 달랐다.

야쿠쇼가 “술을 좋아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신다”고 말하자 안성기는 “난 정확히 술잔 수를 셀 수 있다. 딱 두 잔”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야쿠쇼와 안성기는 일본에서 다시 만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멋진 ‘도플갱어’의 만남이었다.

부산=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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