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대표 “민주당 법통 폄하말라”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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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참모 책임론’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공격했던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28일 ‘민주당의 법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민주당은 선배들이 풍찬노숙(風餐露宿·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집 밖에서 먹고 잔다는 뜻으로 ‘모진 고생’을 이르는 말)과 시련 만난(萬難)을 겪으면서 키워온 전통 있는 정당이다. 민주당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미래를 포기하고 과거에 집착하려는 것’으로 폄하되고 오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산적한 국가현안 해결을 위해 당의 활성화를 통한 위상 확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각종 국가현안에 책임 있게 대처하기 위해 당정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지금까지 강조해온 ‘분당 불가(不可)’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당추진 강경세력들이 주도하는 ‘노무현 신당’에는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한 측근은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이 이제 자신을 걸림돌로 생각한다면 구태여 매달리고 호소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을 이뤘고, 선친(정일형 박사) 때부터 뼈를 묻어온 민주당의 개혁과 발전에 헌신하는 방안을 숙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정 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신당 문제와 관련해 “처음부터 노 대통령이 안 나섰기에 지금 나서는 것도 이상하다”며 신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개입 여지를 차단했다.

결국 정 대표는 신당이냐, 민주당 잔류냐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오면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민주당 편을 떠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배경엔 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정 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조만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대표는 다음달 1일 또는 4일 당무회의에서 신당 논의에 대한 매듭을 지은 뒤 검찰에 출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내달 全大열어 新黨 결판내자”…조정회의 타협점 못찾아… 全大개최론 확산

신당 추진을 둘러싼 이견을 조정키 위한 민주당 내 주류 비주류간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다음달 전당대회 개최론이 확산되고 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28일 “신당 조정회의에서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제시한 조정안이 양측에 의해 거부됨에 따라 29일 마지막 협상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 중진들은 이날 밤에도 다각적인 접촉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해 이달 말로 돼 있는 시한 내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주류측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비주류측이 사실상 리모델링에 불과한 신당을 고수해 접근이 어렵다”며 “8월 중 전당대회를 열어 신당 방향을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중도파 의원들은 “더 이상 신당 논의가 지연돼선 안 된다”며 통합신당과 당 유지안을 놓고 9월 정기국회 전 전당대회에서 최종결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구주류측도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유지냐, 해체냐’를 결정짓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도 신당 추진안과 민주당 유지안 두 가지를 모두 당무회의와 전당대회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방식과 안건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전당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한 채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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