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못해 죄송" "아들 카드빚에"…우리를 슬프게 하는 자살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38분


코멘트
24일 오전 8시2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고교 2년생 방모군(16)이 자신의 방 붙박이장에 커튼을 매듭지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방군의 어머니(44)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방군은 “나는 아무래도 공부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잠들면 나는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할 거다. 부모님이 나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야단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형(19)도 공부는 무지하게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 공부 열심히 해 부디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란다”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방군은 게임을 좋아해 어머니에게 자주 꾸중을 들어 왔으며 전날 저녁에도 학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야단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개인택시 운전사인 아버지(45)와 옷 수선을 하는 어머니는 스파르타식 재수학원에 다니는 장남과 숨진 방군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사는 등 어렵게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24일 오후 10시경 부산 수영구 광안동 최모씨(46·노동) 집 안방에서 최씨와 최씨의 부인 이모씨(45)가 극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최씨의 동생(39)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최씨 부부가 아들(26)이 직업도 없이 놀면서 카드를 무절제하게 사용해 올해 초 2000만원을 대신 갚아줬으나 최근 다시 예금통장까지 훔쳐 저축한 돈을 빼내 써버리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건설현장 등에서 노무자로 일하며 어렵게 생활해오다 아들의 카드빚을 갚은 뒤 가족들에게 “도시생활이 힘들어 남은 돈으로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말해왔으나 남은 돈마저도 아들이 빼내 가자 24일 오후 9시경 서울에 사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와 함께 죽는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