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미군 지배하 바그다드 1주일여 체류"

  • 입력 2003년 7월 25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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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이라크 국영 TV 방송이 방영한 후세인 대통령이 거리에서 군중의 환호를 받고 항전을 촉구하는 모습. 화면속 후세인 대통령은 권총집을 찬 일부 경호원만을 대동한 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바그다드 알-만수르 거주지역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AP]
4월 4일 이라크 국영 TV 방송이 방영한 후세인 대통령이 거리에서 군중의 환호를 받고 항전을 촉구하는 모습. 화면속 후세인 대통령은 권총집을 찬 일부 경호원만을 대동한 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바그다드 알-만수르 거주지역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AP]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은 이라크전쟁 기간 동안은 물론 패전후 1주일이 지나도록 바그다드 시내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살된 후세인 전대통령의 장남 우다이의 경호원은 25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단독 회견에서 후세인과 두 아들의 전쟁 기간 동안 행적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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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언에 따르면 후세인 전대통령은 패전 직후까지도 바그다드 방어를 자신했다고 한다. 그가 군 지휘관들이 자신을 배반한 채 항전을 포기했음을 깨달은 것은 바그다드가 함락된 지 1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전쟁 기간중 미군이 후세인을 직접 겨냥해 가한 세 차례의 정밀 폭격중 두 번은 아슬아슬하게 후세인을 비껴갔다. 첫 폭격은 후세인과 두 아들이 비밀 회동하고 있는 것으로 정보가 수집된 바그다드 남부 교외의 안가에 가해졌다. 그러나 이때 후세인은 바그다드 북부의 안가에 있었다. 후세인은 이곳에서 전쟁기간동안 수 주일을 머물렀다.

미군이 후세인 안가에 두 번째 정밀 타격을 가했을 때 실제로 후세인은 바로 근처의 다른 안가에 있었다. 이때부터 후세인은 자신의 수행원들중에 미군 첩자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의심 가는 한 대위에게 "만수르의 식당에서 비밀 회동을 갖겠다"며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후세인이 문을 열고 나간 직후 식당이 폭격당했다. 그 대위는 즉결 처분됐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미군은 같은 시각 "후세인 대통령과 우다이가 숨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4월 9일 후세인과 두 아들은 수니파 밀집지역인 아드하미야의 안가에 있었다. 이틀 전인 7일 후세인(미군은 당시 가짜 후세인일 가능성 제기)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바로 그 지역이다.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미군이 순찰을 돌고 있는 와중에도 후세인과 두 아들은 차를 타고 돌아다녔다. 후세인은 아드하미야의 한 사원에 모습을 드러내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였다. 한 노인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소리쳤다. 후세인은 그의 손과 머리를 잡고 말했다. "내가 어쩌겠소. 나는 내 사령관들을 믿었는데 그들은 나와 이라크를 배반해 버렸다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우리는 다시 권력을 잡을 것이오."

이때가 후세인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후세인과 두 아들은 바그다드 시내에서 안가와 안가를 오갔다. 한번은 차를 타고 만수르 지역을 지날 때 미군 순찰차 바로 옆을 지나갔지만 미군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우다이는 얼굴이 벌거스름한 한 미군 병사를 보고 "쟤는 군인이 아니라, 포르노에 어울리겠는데"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경호원은 "후세인과 두 아들이 바그다드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이라크군이 수도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진정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종전 선언후 며칠이 지나 자신들이 사령관들에게 배반당했다고 절감하고 나서야 후세인은 탈출을 계획했다. 이때까지는 게릴라 저항 문제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 종전후 5, 6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저항 방법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종전후 1주일 가량 지났을 때 우다이는 이 경호원을 불러 1000달러를 주며 "필요할 때 다시 부를테니 일단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항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후세인과 두 아들은 오직 친척들만 남겨 놓고 혈육이 아닌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은 모두 집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이제 피붙이 이외엔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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