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불가침 보장 검토]美 “北核 외교해결 마지막 기회”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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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식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시사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1일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대목과 맥락을 같이한다.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통보, 제2핵시설 건설 정보 등 상황을 대치국면으로 몰고 가는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일단 3자회담 등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 행정부 관리들이 이날 익명으로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을 통해 밝힌 불가침 보장 용의는 그 같은 외교적 노력의 첫 수로 던져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북 불가침을 보장해 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의 고위급 인사가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도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는 최근 아시아 동맹국들에 “북한이 다자회담을 전제로 한 3자회담에 응하면 그 회담에서 불가침 보장의 형식을 논의할 수 있으며 이어 대북 에너지 식량 원조 경제지원, 북한 인권 문제 등 북-미간의 이슈 전체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대북 관련 발언도 그 어느 때보다 온건했다. 물론 ‘외교적 해결’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천명해온 기본 방향이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비중을 뒀던 기존 발언들에 비해 이날은 외교적 해결 노력과 대북 설득에 초점을 맞췄다.

미 관리들은 이날 배경 설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사전에 세밀히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고위 관리는 “여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국 선언을 하는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은 17일 고위급 대책회의를 갖고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다자회담이 열리면 내놓을 미국의 ‘해결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도 백악관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들을 애써 무시하며 어떻게 하든 대화국면으로 진입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미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이미 북한이 핵보유국 선언 직전 단계까지 갔다”며 “북한이 핵보유국 선언을 해버리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 하든 ‘협상+국제압력’을 병행할 것이며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도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며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겠다는 것.

한 고위 관리는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북한의 제2핵시설 정보와 관련,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국정부에 흘려서 미국에 전달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을 더 압박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에 따른 또 다른 ‘도발’이므로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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