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합간부…재건축 하도급업체 선정 ‘비리사슬’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45분


코멘트
아파트 재건축공사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면서 금품을 받은 공무원과 조합 간부 9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재건축 사업과 관련, 조합 간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수억원을 뜯어낸 은행 노조위원장까지 검찰에 구속되는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복마전’처럼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복마전 재건축조합=서울지검 형사4부(양재택·梁在澤 부장검사)는 21일 경기 안양시 비산동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시공사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재개발조합장 홍모씨(50)와 조합 총무이사 전모씨(39)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감리회사 사장 도모씨(54)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감리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가 드러난 경기도 제2청사 도시주택과장 강모씨(54)도 이날 구속했다.

조합장 홍씨는 지난해 4월 재건축 감리와 관련한 편의제공 명목으로 도씨로부터 7000만원을 받는 등 하도급 업체 선정 및 공사 시공권과 관련해 모두 1억66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외제 골프채를 받은 혐의다.

총무이사 전씨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및 상가를 분양해 주겠다며 분양희망자 2명에게 접근해 3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안양시 도시교통국장으로 근무하던 2000년 7월경 감리업체 사장 김모씨로부터 이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전기공사 감리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같은 해 9월 1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윤리의식 실종된 노조위원장=검찰은 이 재건축조합 간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9000여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김모씨(46)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안양시 비산동 지점에 근무할 당시 재건축조합 이주비 1200억원(3800여 가구)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총무이사 전씨의 비리를 청와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전씨로부터 2000년 2월부터 2001년 3월까지 15회에 걸쳐 3억9200만원을 뜯어낸 혐의다.월급을 가압류당하는 등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던 김씨는 조합 관계자들을 통해 전씨가 돈을 받는 대가로 하도급 업체를 선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비리를 폭로해 건축조합을 붕괴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홍씨 명의의 대출서류를 위조해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8000만원을 대출받고, 고객이 대출상환금 명목으로 맡긴 돈 45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2001년 9월 3년 임기의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씨는 지난해 6월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이모씨가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 폭력배 2명을 동원해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