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訪美 허용” 국정원 특별보호해제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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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18일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金德弘) 전 여광무역 사장에 대한 특별보호를 일반보호로 바꾸고 황씨가 미국 방문을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국정원 안가에서 특별보호해 왔던 두 사람에 대해 본인들과의 협의를 거쳐 경찰관리로 바꿔 사회에 배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황씨는 본인이 원할 경우 필요한 절차를 밟아 방미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그가 미국 방문을 신청해 오면 정부는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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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다만 정부로서는 현시점에서 황씨의 방미가 북핵 문제로 긴장이 조성된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황씨의 방미 시기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황씨는 9월 말이나 10월 초쯤 방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한 측근은 5월 미국을 방문해 미측 관계자들과 황씨 방미 문제를 협의했으며 당시 미측은 황씨에게 △대북경제봉쇄정책의 효과 △북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득실 △김정일 정권교체 이후 북한정권의 향배 등에 관해 증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최근 본보에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디펜스포럼 재단과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황씨에게 미국에 와 북한의 실상에 관해 연설해 주도록 초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경호상의 문제 등을 들어 번번이 이를 불허했다.

국정원은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을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상 황씨 등에 대한 특별보호기간(6년)이 1차 만료됐고, 국내외 일부 인권단체 및 언론에서 ‘통제’ ‘인권탄압’ 의혹을 제기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두 사람이 충분한 사회적응 과정을 거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측근인 김씨와 함께 97년 2월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했으며 그해 4월 20일 한국으로 왔다. 황씨는 지금까지 서울에 온 탈북자 가운데 최고위층으로 현재 국정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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