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바닥쳤다” 조심스런 낙관론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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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경기후퇴(recession)국면에서 본격 탈출한 것으로 조만간 선언될 전망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5일 하원 증언을 통해 감세정책과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5%포인트 내리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밝혔다.

▽경기 후퇴 끝났나=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미경제협회(NBER)는 16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경기순환위원회를 열어 2001년 3월부터 시작된 이번 경기 순환기의 경기 후퇴가 마무리됐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17일 오전 8시반(한국시간 오후 9시반) 공식 발표된다.

그동안 경기순환을 판단할 때 고용이나 개인소득에 중점을 두어온 NBER가 웹사이트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실적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용은 회복되지 않았으나 생산성이 높아져 생산이 활발해진’ 상태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경기순환을 공식 판단하는 NBER는 그동안 고용회복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경기 후퇴에서 탈출했다는 판단을 유보해 왔다.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로는 “최근 6분기(1년6개월)의 GDP 성장률 추이를 보면 경기 후퇴가 끝났음을 선언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며 NBER의 공식선언이 임박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부문별 양상=지난해 미국 경기를 겨우 떠받쳐 온 소비는 올해도 경기회복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6월 소매판매는 5월에 비해 0.5%가 증가했는데 이는 3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부문이 전쟁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했다. 다만 할인혜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는 0.1% 감소했다. 조사결과 7월 중에도 소비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저금리와 이달 말 130억달러 상당의 감면된 세금환급의 영향으로 하반기엔 더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GDP 성장률은 1·4분기 중 1.4%였다. 이달 말 발표될 2·4분기 성장률은 이를 약간 상회할 전망.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이라크전 이후 업계가 투자와 추가 고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불황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5∼3.5%에서 2.5∼2.75%로 내렸으며 내년치는 3.75∼4.75%로 예상했다.

신규 주문 및 생산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일시해고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임시직 고용 증가 양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신호로 언급되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미국 정부는 경기 부진과 감세조치 및 이라크전쟁 비용 등 때문에 올 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의 연방 재정적자가 45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월 예산교서를 통해 밝혔던 3040억달러보다 50%가량 불어난 것이며 사상 최대였던 1992년 2904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적자도 4750억달러로 예상됐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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