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對北자동군사개입' 폐기추진]“다자회담 수용” 우회압박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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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가운데 군사개입 의무화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용이라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실제 실현 가능성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리지만 중국 내에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90년대부터 조약개정 타진=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1994년 10월 당시 리펑(李鵬)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해 북-중 관계의 변화를 시사했다. 그의 발언은 당시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의 ‘조(북)-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의 폐기를 강력히 추진하던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90년대 들어 중국은 주한 미군의 역할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외교노선을 추구해왔다. 조-중 양국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의무적으로 군사개입을 하도록 한 이 조약은 중국 외교의 두통거리로 부상했다.


소련 붕괴 이후 1995년 ‘조-소 조약’이 자연스럽게 폐기되고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개입 조항을 배제한 새로운 우호선린 조약을 맺는 데 합의하자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개정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지도부는 “현 조약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 냉전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며 본격적으로 신조약 체결의사를 타진해왔다.

▽대체하기 어려운 ‘조-중 조약’=1961년 7월 11일 김일성(金日成) 당시 북한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베이징(北京)에서 맺은 조-중 조약의 가장 큰 특징은 △조약의 효력이 무기한이며 △군사개입이 의무적인 데다 △조약 변경이나 종결에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어정쩡하게 군사적 혈맹관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조-중 조약보다 닷새 앞서 체결됐던 조-소 조약은 ‘10년간 효력을 가지되 체약 일방이 만료 1년 전에 조약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다음 5년간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 러시아가 손쉽게 다른 조약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조약 개정은 대북(對北) 압박용=베이징의 한 서방소식통은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중국이 조약수정 의사를 내비친 것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압박용”이라고 풀이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국제정세가 과거와 달라졌고 중국도 경제 건설에 매달리기 위해 평화적 안보환경을 원하는 만큼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소식통은 “조약개정은 북한의 안보우려를 더욱 자극할 수 있고 북-미간 조정 역을 맡고 있는 중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중 조약이 자동 군사개입과 전쟁억지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직접 북한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중국측의 강력한 의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최춘흠(崔春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유엔의 대북(對北)경제제재를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며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북한이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중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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