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기 식구 봐주며 軍개혁 할 수 있나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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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 국방장관이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국방회관 관리소장(군무원)과 전 국방부 근무지원단장(현역 육군 소장)의 1심 형량을 각각 절반으로 낮춰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 장관은 자신에게 부여된 적법한 권한인 확인조치권을 발동했다고 한다. 그러나 군 복지기금으로 쓰여야 할 돈을 4년 가까이 가로챈 범죄행위에 대해서까지 형량을 크게 줄여준 것은 군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한다.

군 당국은 이미 지난달 국방회관 비리연루자 9명 중 5명을 기소유예와 무혐의로 풀어줬다. 이번 감형 조치를 결정하고서도 열흘간이나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처신은 자신의 조치가 떳떳지 못하다는 것을 자인한 때문이 아닌가.

군 당국의 거듭되는 ‘자기 식구 봐주기식’ 행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장관마저 온정주의로 피고인을 감싸고도는 한 군 부정비리 사건의 뿌리를 뽑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달 장성까지 포함된 또 다른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에게 사과하며 비리척결을 강조했던 장관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이번 감형 조치는 올 들어 국방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방예산 증액 노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7% 수준의 국방예산을 3%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군이 최소한의 자정(自淨)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터에 대폭적인 예산 증액에 흔쾌히 동의해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개혁이란 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이 따라야 한다. 이번 같은 부정비리 사건에 대해 일벌백계의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변화는 시작된다. 군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군 수뇌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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