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세대 정치인 '우경화' 앞장

  • 입력 2003년 7월 14일 19시 03분


코멘트
일본 정계에서 우파 성향의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신(新)국방족’이 뜨고 있다.

기존의 ‘국방족’은 군수산업의 이권에 깊숙이 개입해 온 구세대 의원들인 데 비해 신국방족은 자위대 역할 확대와 국방예산 증강을 외치는 여야당의 30, 40대 의원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

지난달 하순 도쿄(東京) 도심의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세기의 안전보장 체제를 확립하는 젊은 의원 모임’ 총회는 신국방족이 전면 부상한 행사.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인 납치사건 등을 계기로 결성된 이 모임은 일본의 재무장 노선을 주도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46) 방위청 장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49) 관방 부장관, 제1야당인 민주당 예비내각의 안보장관 내정자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1) 의원 등 100여명의 소장파 의원이 가담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이 모임에서 평화헌법의 골간인 전수(專守·수비에 전념하는 개념)방위 원칙의 수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발표에는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45) 참의원 의원과 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47) 자민당 국방부회 회장 등도 앞장섰다.

일본 언론들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반세기가 지나 ‘신국방족’이 등장했다”며 정파를 초월해 의기투합한 소장파 정치인들의 행보에 주목했다.

신국방족은 △우파 성향의 30, 40대 의원으로 △해외유학 등을 통해 국제정치에 대한 식견을 갖췄으며 △이권보다는 ‘애국심’의 차원에서 첨단무기 도입에 열성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특히 여야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장관과 민주당 마에하라 의원이 안보 관련 이슈를 놓고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에하라 의원은 유사법제 심의 때 민주당 협상 대표로 나서 여당측 논리에 호응하며 의회 통과 분위기를 조성한 인물. 그가 중의원 질의에서 ‘안보를 미군에만 맡겨도 좋은가’라고 유도성 질문을 던지면 이시바 장관은 “그에 대해 적절한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신국방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2단계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설치를 성사시켰다. 다음 목표는 미제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도입.

신국방족의 득세는 일본 사회의 보수우경화를 반영하는 현상이지만 일본 정치의 미래 주역들이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 데 대해 사고의 경직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