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화엄경 논강' 성황…"화엄경 핵심은 보시행이지요"

  • 입력 2003년 7월 1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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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열린 ‘화엄경 논강’에서 동화사 스님과 재가신도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서정보기자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열린 ‘화엄경 논강’에서 동화사 스님과 재가신도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서정보기자
“초기 불교의 실천윤리인 팔정도(八正道)가 중국으로 건너와 대승불교가 성립하면서 육바라밀(六波羅蜜)로 변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5일 경북 팔공산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열린 ‘화엄경 논강’에는 400여명의 스님과 재가 신도가 모여 성황을 이뤘다. 올 하안거에 맞춰 5월 17일부터 시작된 ‘화엄경 논강’은 결제가 끝나는 8월 9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이날 주제는 화엄경의 실천론. 논주인 파계사 율주 종진 스님이 강의를 한 뒤 실상사 화림원 강사 각묵 스님, 동화사 강주 해월 스님, 불교신문 주필 법인 스님 등의 논사(패널)와 청중(스님과 신도)이 질문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종진 스님은 “남방불교에는 없는 화엄경 실천론의 핵심은 보시행”이라며 “개인적 윤리를 강조한 초기 불교와는 달리 이타적 보시를 강조한 화엄경은 불자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육바라밀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에 대한 이타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에 대한 이타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 화엄경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법인 스님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찾아간 53명의 선지식 중 뱃사공 장사꾼 등 일상생활 속의 인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화엄의 실천은 어느 곳이나, 어느 때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처음 실천의 이론을 강조하던 논강의 무게가 점차 생활 속의 문제로 돌아섰다.

“원효대사는 결혼하고 술까지 먹는 무애행(無碍行)을 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결제를 마친 선방 스님들이 체력을 보충한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초기 불교에서 정한 ‘승려는 돈을 갖고 다녀서는 안 된다’는 등의 계율이 복잡해진 현대에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종진 스님은 “‘절에서 규정된 음식 이외의 것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맞지만 형식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과연 불자다운 행동이 무엇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출가도 자유고 환속도 자유인데 억지로 무엇을 지킨다고 하지 말고 ‘내가 뭐 하는 사람이냐’를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진 스님은 이어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는 불꽃과 같아 모든 공덕을 태워버리는 것”이라며 “칼 도(刀)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뤄진 참을 인(忍)자처럼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과 같은 아픔을 참듯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큰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강을 기획한 해월 스님은 “지난 동안거 때 전북 남원시 실상사에서 ‘금강경 결제’를 열었던 뜻을 잇기 위해 ‘화엄경 논강’을 계획했다”며 “앞으로 불경에 대해 토론하는 간경(看經) 결제가 새로운 불교 전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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