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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65…아메 아메 후레 후레(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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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65…아메 아메 후레 후레(41)

입력 2003-07-11 19:19수정 2009-10-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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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삐익, 경적 소리 같은 기적이 울리는 순간 건널목 앞에 서 있는 사람들과 마차가 보이는 듯하더니, 덜커덩 소리와 함께 선로 뒤로 사라져버렸다. 봉천이라는 데, 굉장히 큰 도시일 거야, 밀양역 앞도 제법 북적북적하지만, 그것보다 열 배는 더 큰 도시일 거야, 잘 보고, 교준하고 게이코한테 편지 써야지.

여객 전무와 급사가 표를 검사하려고 다시 객실로 들어왔다.

“손님, 쉬고 계시는데 죄송하지만 승차권과 급행권을 좀 보여 주십시오.”

한참을 자고 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그 넓적하고 기복 없는 얼굴에 숙취의 짜증스러움은 없고, 표정이 오히려 우직하고 안온했다. 남자는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차표를 꺼내 급사에게 건네며 물었다.

“봉천까지 가려면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4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에?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남자는 놀라 손목시계를 보았다.

“정말이군, 벌써 6시35분이야. 안동에서 1시22분에 출발했으니…꽤나 오래 잤군.”

“긴 여행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여객 전무와 급사는 승무원 대기실로 돌아갔다.

남자는 빛이 넘실거리는 창밖 풍경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한 팔을 밖으로 내밀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에게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넌 어느 역에서 탔느냐?”

“밀양요.”

“밀양이라면?”

“부산에서 완행열차 타면 1시간반 거리예요.”

“내지에서 태어났군. 그래 고향은?”

“…저…일본 사람 아니에요.”

“조선 사람이냐, 내가 틀렸군.”

남자는 자벌레처럼 입술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윗도리에서 구깃구깃한 손수건을 꺼내 목에 흐른 땀을 닦고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일본 사람, 조선 사람, 만주 사람, 중국 사람을 99퍼센트 구별할 수 있는데, 넌 정말 일본 사람처럼 생겼구나. 조선 사람은 이 사람이 전형인데, 턱하고 광대뼈가 좀 튀어나오고, 눈이 여우처럼 조그맣고 가는 게 특징이지.” 남자는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자 얼굴을 턱으로 가리키며, 자기 눈초리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추켜올렸다.

“학교는 다니냐?”

“보통학교 5학년이에요.”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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