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중국 요리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25분


코멘트
일본 상사 홍콩 주재원이 인근 식당을 정해 놓고 매일 점심을 먹다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몇 달 동안 점심 메뉴에 나오는 흰 빵의 모양과 맛이 매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어느 날 주방장에게 “도대체 당신은 흰 빵을 몇 가지나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방장은 태연한 표정으로 “홍콩에서 앞으로 몇 년이나 근무하느냐”고 되물었다. 일본인 주재원이 “3년”이라고 대답하자 주방장은 “3년 동안 똑같은 빵이 단 한 번이라도 나오면 점심 값을 모두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중국 요리의 다양함과 중국인들의 요리 기술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중국 사람들은 항용 네 발 달린 것 중에서는 책상, 바다에 사는 것 중에서는 잠수함, 하늘을 나는 것 중에서는 비행기 빼놓고 모든 것을 요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요리 중에서도 광둥(廣東) 요리는 다양함에서 다른 지방의 요리를 압도한다. 바다와 면해 해산물 재료가 풍부하고 일찍 서양의 요리 기술과 재료를 받아들여 중국 요리를 더욱 발전시켰다. 광둥성에는 산 원숭이의 골을 파먹는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 요리가 있다. 광둥성의 한 호텔은 손님들의 문의가 번거로웠던지 원숭이 우리에 ‘이 원숭이는 식용이 아닙니다’라는 푯말을 붙여 놓았다.

▷광둥성 선전(深(수,천))의 먹자골목에 가보면 동물원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뱀은 물론 쥐까지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쥐를 먹을 수 있느냐’고 식당 주인에게 물었더니 ‘식용 쥐로 기른 것이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서양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개를 먹을 수 있느냐’고 비난을 받을 때 ‘식용 개로 기른 것’이라는 대답과 비슷했다. 중국의 동북 3성 등 여러 지방에서 개고기 요리를 즐기지만 세계의 동물 애호가들로부터는 한국만 손가락질을 받는다. 아마 인구로 따지면 중국의 ‘애견족(愛犬族)’이 한국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흔히 식도락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중국에서 요리는 식도락을 넘어 생활이요 문화이다. 중국에서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하는 질문은 우문(愚問)에 속한다. 중국 정부에서 14종의 야생동물에 대해 식용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조만간 공포할 예정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식용판매 금지 동물에 식용 쥐가 포함됐는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한 나라의 문화 전통 가치관이 담긴 음식문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흉을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중이니 천하일품 중국 요리도 즐기고 돌아오기 바란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