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 114일간의 전쟁’ 종료…격리-추적 '혼신 방역' A+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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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이후 114일간 계속돼온 국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비상 방역이 종료됐다.

국립보건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5일 대만을 마지막으로 남은 사스 위험지역에서 제외함에 따라 대만과 캐나다 토론토를 자체 분류해온 감염 위험지역에서 해제하고 국내 사스방역 상황을 종료한다고 7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번엔 ‘사스 광풍(狂風)’을 피하는데 성공했지만 제2, 제3의 사스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한 방역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스가 남긴 기록=국내에서는 추정환자 3명과 의심환자 17명 등 총 2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14명이 중국에서 입국했으며 이어 대만 홍콩 순이었다. 남성이 13명이였고 연령별로는 20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모두 관련증세가 사라져 퇴원했다.

또 ‘환자’의 접촉자 등 2200여명이 자택 격리됐으며 ‘1339’ 응급의료상담전화를 통해 3300여건의 사스 상담이 이뤄졌다.

사스경보 발령 이후 전국 242개 보건소에서 사스감염 위험지역 입국자 23만명에 대한 전화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검역소에서는 항공기 5400여대의 탑승객 62만명, 선박 1만척의 탑승객 28만명 등 모두 90만명에 대한 검역이 이뤄졌다.

▽사스 방역 잘한 편=국립보건원은 3월 WHO가 모든 여행자에게 사스에 대한 주의를 권고하자 곧바로 전국에 사스 경보를 발령했다.

보건원 및 검역소 직원들은 이때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 한 달 이상 귀가를 포기하고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방역과 검역에 매달렸다. 이 결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공항 검역 단계에서 추정환자를 가려내는 성과도 올렸다.

이 와중에서 3명의 추정환자가 발견됐지만 항원항체검사 등 정밀검사 결과 진성(眞性) 환자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2차 감염’이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방역의 빈틈도 없지 않았다. 초기에 공항에서의 검역이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었고 여객선을 통한 입국자의 검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4월 말에는 국립보건원이 사스 격리병원을 지정, 운영하려 하자 지역 주민이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의심 또는 추정환자를 격리할 병동이 없어 컨테이너를 급조하기도 했다.

격리시스템의 부재는 국내 방역체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제2, 제3의 사스를 조심해야=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또다시 사스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전염병이 한 나라의 경제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이 기회에 방역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스 뿐 아니라 생물테러, 독감 대유행 등의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가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의 방역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관련 법규도 미흡하다.

현재 국립보건원의 전체 예산은 연간 540억원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일을 분담하고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NIH의 700분의 1수준이다. 인력 규모는 모두 175명으로 117분의 1.

전문가들은 △질병 관련 예산 확충 △국립보건원의 위상 격상 및 권한 확대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시민의 방역 관련 협조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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