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정부청사앞 시위…주민들 "시끄러워" 逆시위 벌여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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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파업으로 부산항 등 전국의 물류를 마비시켰던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는 7일 조합원 8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지부별로 집회를 갖고 운송업체의 성실한 교섭과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 구속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당초 이날 운송거부 찬반투표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한국하주협의회, 한국선주협회 등 관련단체에서 운임협상에 적극 나서기로 약속함에 따라 찬반투표 대신 지부별로 전국 7개 도시에 모여 동시 결의대회를 가졌다.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조합원 2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졌으며 부산지부도 같은 시간 2000여명이 부산역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부산항 5부두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부산지부는 이날 집회에서 앞으로 운송업체 등과의 협상에서 운임료 인상에 대한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을 경우 또 다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21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울산과 경북 포항, 전남 광양 등에서도 500∼1000여명의 조합원들이 결의대회 및 가두행진을 갖고 “정부는 노-정 합의사항을 하루 빨리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운임협상 등에 대한 의견조율에 실패할 경우 17일 대의원대회에서 앞으로의 투쟁 수위와 방향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 과천 시민들이 7일 소음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역(逆)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과천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과천중앙고교 학부모 등 400여명은 이날 오전 과천중앙공원에서 올바른 집회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연일 계속되는 소음 시위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수업과 주거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는 소음유발 도구 사용을 제한하고 바람직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이날 전국운송하역노조 소속 화물연대의 집회가 열린 과천청사 광장까지 500m에 걸쳐 가두행진을 벌였다.

과천시새마을회 신학수(申鶴秀) 회장은 “이틀에 한번 꼴로 열리는 시위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민과 학생들은 창문도 열지 못한다”며 “합법적인 시위는 보장돼야 하지만 과도한 소음 시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위 장소에서 100여m 떨어진 과천중앙고교생 1600여명은 언어나 영어듣기 등 집중력이 필요한 수업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또 시위 장소 인근의 주공 2, 3단지 4435가구 1만1500여명의 주민도 시위 소음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과천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년간 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각종 시위는 모두 228건으로 12만5600여명이 참여했고 올 들어서는 최근까지 48건에 2만여명이 참여했다. 또 대부분의 시위 때 고성능 확성기나 징, 꽹과리 등의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천시는 이처럼 주민 피해가 심각해지자 소음 시위를 법적으로 규제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행정자치부와 경찰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과천시민 학생 일동’ 명의로 과천청사 앞 광장에 소음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안내판 2개를 설치했다.

여인국(余仁國) 과천시장은 “시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집회장소 확성기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시위문화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천=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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