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경미/우리 교육 희망은 있다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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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43개국이 참여한 ‘국제 학생 평가프로그램(PISA)’에서 우리나라는 과학 1위, 수학 3위라는 최상위의 수준을 보였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의 국제비교대회에서도 한국은 계속 선전해 왔다. 그러한 연유로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수학과 과학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지만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냉소적 반응을 보여 왔다.

수학과 과학에서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한 한국, 일본, 홍콩의 공통점은 학교 교육의 구심점이 대학입시에 있고 사교육이 이상적인 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은 선발에서 높은 변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이외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 따라서 최상위를 기록한 원인은 양질의 공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시라는 굴레로 인해 교과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한국, 일본, 홍콩의 학생들은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이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어떤 현상을 낙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분석해 모종의 시사점을 찾는 것이 현명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교육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측면을 너무 경시하는 것은 아닐까. 설문 결과만 하더라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동양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설문에 응할 때 자신의 능력을 낮추어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동양의 교사는 칭찬에 인색하고 학생이 자만하지 않도록 적당히 채근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신감이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설문에서 왜 동양의 학생들이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사교육의 영향력도 지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PISA는 학생들이 장차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소양의 측정을 목적으로 한다. 즉, 구체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문항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입시 준비를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해 온 문항과는 차이가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교육 분야에서 포착되는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서양과 동양이 서로를 닮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국제비교대회에서 두 번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한 싱가포르는 미국으로 수학교과서를 수출하고 있다. 또 서양에서는 일본의 교과서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미니를 지향하는 일본의 경향이 반영되어 적은 쪽수의 교과서에 핵심적인 내용이 경제적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양 역시 서양을 벤치마킹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서양의 교과서를 상당 부분 참고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 자주 회자되는 논의들 역시 서구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

PISA의 결과가 우리의 교육을 좀 더 따뜻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토록 비판만 받아왔던 우리 교육을 통해 길러낸 학생들이 당당히 1위와 3위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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