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업 지배구조]<1>패러다임이 바뀐다
더보기

[기업 지배구조]<1>패러다임이 바뀐다

입력 2003-07-06 17:49수정 2009-10-10 15:2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우리는 기업경영에서 투명성이 수익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은 수익성이 높더라도 금융시장에서 배척되곤 한다. 이는 경제의 세계화와 더불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투명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업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가 된 것. 기업지배구조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재계 2위인 LG그룹이 올해 초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SK글로벌 사태를 겪은 재계 3위의 SK그룹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나섰다. 재계 1위 삼성은 기존의 기업집단 구조, 4위인 현대차는 소그룹 체제 등 4대 그룹이 각각 다른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 KT 등은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투명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빚어낸 이 같은 변화가 한국 자본주의에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것인가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중견기업들의 잇단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기업활동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70년 이후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매출액과 계열기업 수 늘리기 등 외형 성장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외형 성장의 속도를 늦추더라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실속 있는 기업을 만드는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속 있는 기업들의 체제전환=이수 농심 녹십자 풀무원 등 최근 지주회사체제로 바꾸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그룹들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그룹 매출규모 3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중소규모 그룹이면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고르게 흑자를 내는 알짜기업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5000억원인 이수그룹은 16개 계열사 가운데 창투사와 투자자문사를 제외한 14개 계열사가 모두 작년에 흑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 1조3400억원이었던 농심과 매출 3280억원인 녹십자도 전 계열사가 작년에 흑자를 냈다. 지난해 6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풀무원은 19개 계열사 가운데 신규사업체 1개를 뺀 전 계열사가 흑자를 냈다.

이들 기업은 규모가 비슷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이 높고 계열사간 출자구조가 단순하다는 것이 특징.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으로 지분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지주회사 전환시 가공(架空)자본이 사라지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전환이 쉽지 않다.

풀무원의 김정선(金正善) 재무기획 부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전 계열사가 고른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면서 “다른 계열사의 지원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문제기업’이 여럿 있을 경우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왜 지주회사로 가나=이들 기업들은 지주회사체제로 변신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출자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꼽고 있다.

농심 기획조정팀 최창렬(崔昌烈) 과장은 “투명한 경영, 주주가치 중시 경영에 대한 투자자와 정부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주회사는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에 가장 적합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체제로 탈바꿈했을 때 자회사들의 독립경영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없는 사업의 퇴출 등 ‘상시 구조조정’이 쉬워진다는 점도 기업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수그룹의 이석주(李碩柱) 기획부장은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자회사의 가치가 철저하게 수익성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순환출자가 없어 자생력이 모라자는 자회사의 퇴출이 대단히 쉬워진다”면서 “특히 총수의 개인적 관심이나 욕심 때문에 자회사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새로운 계열사를 세우는 과거의 관행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중 정부가 도입할 예정인 연결납세제도도 중견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게 만드는 이유다. 연결납세제도는 자(子)회사에 대한 모(母)회사의 지분이 일정수준(80∼100%)을 넘으면 두 기업의 손익을 합산해 과세하는 제도.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이 거의 100%에 가까운 풀무원 등 이들 중견기업은 연결납세제도의 시행으로 상당한 절세(節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의 정광선(鄭光善·중앙대 교수) 원장은 “지주회사체제는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과거의 ‘재벌식 외형성장 전략’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중견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성장보다 기업의 실질적 이익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지주회사 설립 및 추진현황
구 분회사설립, 전환일
일반
지주
회사
SK엔론(주)2000. 1. 1
(주)C&M커뮤니케이션2000. 1.25
(주)화성사2000.4. 1
(주)온미디어2000. 6.15
엘파소코리아홀딩(유)2001. 1. 1
(주)LG2001. 4. 3
(주)동원엔터프라이즈2001. 4.16
(주)대교네트워크2001. 5. 4
세아홀딩스(주)2001. 7. 3
한국컴퓨터지주(주)2002. 5.27
(주)대웅2002. 10. 2
대한색소공업(주)2002. 12. 27
대우통신(주)2003. 1. 1
(주)풀무원2003. 3. 11
(주)농심2003. 7. 30
(주)이수2003년 중
녹십자추진 중
금융
지주
회사
(주)세종금융지주2000.4. 1.
우리금융지주(주)2001.3.27.
(주)신한금융지주2001.9. 1.
퍼스트씨알비2002.1. 1.
동원금융지주(주)2003.5.30.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지주회사란 ▼

주식의 소유를 통해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 모(母)회사인 지주회사가 자(子)회사 지배만 하는 ‘순수지주회사’와, 지주회사가 지배는 물론 자체적인 사업도 동시에 꾸려가는 ‘사업지주회사’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는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 부채비율 100% 이내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공개기업 30%, 비공개기업 50% 이상으로 유지 등의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재계는 완화를 요구중.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