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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영방송이 인민재판 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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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영방송이 인민재판 도구인가

동아일보입력 2003-07-03 18:33수정 2009-10-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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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 1891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며 호화 생활을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불러내 재산 은닉 여부를 추궁한 법원의 재산명시심리 재판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컸다. 법원에 제출한 목록에 없는 재산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 전씨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씨가 과거에 저지른 죄악과 지금의 행동이 아무리 밉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의 소관이다. 여론의 지탄을 받는 사람일지라도 법에 따른 절차를 벗어나 사적인 응징 또는 공개적 망신을 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KBS 2TV가 연희동 전씨 집 앞에서 진행한 ‘생방송 시민프로젝트-나와주세요’ 프로그램은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부여한 ‘주거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유린했다. 전씨가 출연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도 사장 명의로 출연 요청서를 보내는 요식행위를 하고 나서 집 앞에 몰려가 8m 높이의 크레인에 카메라를 매달아 집안을 들여다보며 출연자가 번갈아 봉변을 준 것은 전씨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임과 동시에 주거 및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

공영방송으로서 역사적 인물이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뉴스 논평 다큐멘터리 또는 전문가들의 대담 등 정공법을 택했어야 옳다. 오락성을 띤 프로그램에서 가족의 인격과 사생활까지 침해한 것은 방송의 권한을 넘어선 횡포였다. “현 사법제도만으로는 안되고 범국민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출연자의 발언도 인민재판이 연상되는 초법적 발상이다.

방송법에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방송에 공적 책임을 지우고 이와 관련해 방송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받도록 돼있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고 국민이 내는 세금과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는 어느 매체보다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 인민재판식 생방송으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사태에 대해 방송위원회의 결정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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