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바로알기' 저의 무엇인가

  • 입력 2003년 7월 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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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親與) 시민단체인 ‘국민의 힘’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국회의원 바로알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 단체의 주축 세력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어서 정치적 편향성을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운동 방식이 실정법 테두리를 벗어나 과거의 낙선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의 힘’은 엊그제 ‘현역 의원들의 과거 행적과 현재 활동을 조사해 유권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며 여야 중진의원 8명을 1차 대상자로 정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이를 국회의원 모두에게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물론 이 운동이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정치개혁 차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단체라면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원 개인의 전력 등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가 드러날 수 있고, 이른바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고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사조직’이란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이런 식의 운동은 성격상 네거티브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 시대의 선거 문화와도 거리가 있다. ‘누가 더 좋다’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누구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은 선거를 증오와 적개심 속으로 몰아넣어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노사모’ 회원들에게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낙선운동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었다. 우리는 ‘국민의 힘’이 집권측의 이런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의원 바로알기 운동’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워버릴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의원들은 ‘국민의 힘’의 움직임을 친여 단체의 총선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원 바로알기 운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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