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가자지구 북부서 완전철수

  • 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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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밤(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가운데 하나인 가자지구의 북부지역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경찰이 30일 이 지역의 치안권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3대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에 이뤄진 조치다. 33개월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측에서 각각 2400여명, 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1000일 전쟁’이 일단락되고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진전되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에서 철수를 완료한 뒤 팔레스타인측이 치안권을 접수해 베이트 하눈에 3개의 검문소를 설치했다. 이스라엘군은 2개월 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테러기반을 해체한다는 구실로 이곳에 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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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BBC와 관계단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중재로 맺은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양측이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첫 사례이다. 영국 BBC방송은 30일 “극적인 화해 무드가 로드맵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동 방문 이후 미국의 대(對)중동정책이 첫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애슐리 스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력을 줄이는 것은 어떤 것이든 바람직한 조처”라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는 타협으로 얻어진 이러한 진전을 크게 환영하며, 중동평화 로드맵을 이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평화를 위한 일보전진으로 평가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팔레스타인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평화 움직임을 망가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고 이스라엘 외교부 고위 관리는 “평화 정착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테러주의자들과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분쟁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대교-이슬람교라는 민족적, 종교적 대립과 맞물리면서 갈등이 증폭돼 왔다.

1993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이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는 등 화해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라빈 총리가 암살되고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로 선출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최근 33개월간의 유혈 분쟁은 2000년 9월 당시 이스라엘 극우 리쿠드당 당수였던 아리엘 샤론이 유대, 이슬람 모두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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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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